터키, 이라크戰 기지 사용 묵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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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은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주선해 주고, 대신 터키는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터키 내 공군기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신문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 10일 백악관에서 터키의 집권당인 정의발전당의 레셉 타입 에르도간 당수를 만나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에르도간 당수는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행한 연설에서 "이라크 정부가 계속해 세계 평화를 위협할 경우 터키는 유엔의 대(對)이라크 결의가 실행되도록 필요한 지원을 할 것"이라는 말로 자국 내 기지 사용을 미국에 허락할 뜻을 내비쳤다.

부시 대통령은 약속대로 11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터키의 EU 가입 협상시기를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고 숀 매코맥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이어 EU의 순번제 의장국인 덴마크의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총리에게도 전화를 걸어 터키 가입 문제에 대한 협조를 부탁했다.

압둘라 굴 터키 총리는 "내년에 터키의 EU 가입 협상이 시작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독일과 프랑스는 터키가 2004년 말까지 EU가 정한 인권과 민주주의 기준을 통과한다는 전제하에 2005년 중반부터 터키의 EU 가입 협상을 개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편 EU 15개 회원국과 10개 가입 후보국 정상이 참가한 'EU 확대 정상회담'이 12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개막됐다. 13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이 회담에서 EU 정상들은 후보국들의 2004년 EU 가입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EU 회원국과 후보국들은 지난주부터 EU 가입 조건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경제력이 뒤처지는 후보국들에 대한 EU의 지원 규모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폴란드·체코·슬로베니아·몰타 등 4개국은 가입 첫해부터 3년간 4백억유로(약 48조원)를 지원한다는 EU의 제안이 미흡하다며 농업보조금 확대와 낙후지역 구조조정 자금 증액, 농업생산 쿼터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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