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이 학원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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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출판사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푸르넷 공부방을 운영 중이다. 교사의 집에 학생들을 모아놓고 푸르넷 학습지로 공부하는 것이다.

이 공부방에서는 주 4회 매번 40여분씩 수업을 한다. 주5일 근무로 치면 매주 하루만 제외하고 매일 한 시간 가까이 수업이 이뤄진다는 말이 된다. 거의 학원이나 마찬가지다.

학습지를 우송해 주고 교사가 학생 집을 1주에 한번 찾아가 10분 정도 수업하는 기존 학습지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푸르넷은 그래서 공부방을'두 번째 담임선생님'으로 규정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집에서는 푸르넷 교사가 담임선생님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다른 학습지와는 달리 학생들과 접촉 빈도나 시간이 높고 많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두번째 담임 선생님 푸르넷으로 오라.'

푸르넷은 이런 취지에서 이달부터 대대적인 '담임 선생님'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 공부방에서 교재로 사용하는 푸르넷 학습지는 초등학교 교육 과정을 반영한 수준별 맞춤 학습시스템이라고 회사 측은 소개한다. 080-969-1000.

이런 학원에 가까운 공부방을 운영하는 곳은 더 있다.

YBM/Si-sa는 YBM 홈스쿨을 운영 중이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의 교사 집에서 공부하는 영어 전문 공부방이다. 유아ㆍ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한다.

YBM 홈스쿨에는 주 3회와 5회반이 있다. 영어 회화 수업과 영어동화 읽기, 영재성과 창의성 개발 프로그램으로 이뤄졌다. 한 반은 6명 이내이며 1회 50분씩 수업한다. 02-2008-5317.

삼정CPI는 '미세스 키 홈스쿨'을 운영 중이다. 주 3회 60분간 영어 수업을 한다. 미국 EAI교육연구소가 개발한 타임테이블에 따라 학습이 진행된다. 영어 연극 발표회ㆍ역할 학습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한다. 02-541-2691.

학습지가 왜 학원식 공부방으로 바뀌고 있나. 우선 인력난 때문이다. 학습지 교사들이 일일이 회원 집을 방문해 가르치는 일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하루에 10~20명 집을 방문하기란 아파트 밀집 지역이 아니면 힘들다. 힘든 일에 비해 수입도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학습지 업계마다 교사 확보 난에 시달리고 있다. 많은 집을 돌려다 보니 수업 시간이 짧고 수업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업계는 그래서 교사 집으로 인근 학생을 모으는 공부방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을 대여섯 명씩 모아놓고 수업하면 수업시간도 그만큼 늘릴 수 있다. 한솔교육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일찌감치 공부방이 도입됐다"고 말했다.

공부방은 또 공부하면서 친구도 사귈 수 있어 사회성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공부방은 그러나 1대 1 학습이 아니라는 단점도 있다. 학원과의 차별화를 얼마나 이룰 수 있느냐도 성패를 좌우할 관건이 된다.

조용현

jowas@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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