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론몰이 vs 각개격파 … KO결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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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간 나오토 총리

일본 정치판에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의 ‘KO(간-오자와) 결투’가 시작됐다.

무대는 다음 달 14일의 민주당 당 대표 선거. 바꿔 말하면 총리를 뽑는 선거다. 당 대표 재선을 통해 안정적 집권체제를 구축하려는 간 총리와 그를 총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오자와 전 간사장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다.

◆“선거 후에도 오자와 중용 안 한다”=먼저 선전포고에 나선 쪽은 간 총리. 그는 15일 여름휴가를 마치고 도쿄로 돌아온 직후 측근들에게 “(특정 세력이) 정당의 자금을 장악하고 당내 파벌을 만드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직접 거명은 안 했지만 2006년 이후 당 대표나 간사장을 맡으며 당을 장악해 온 오자와를 겨냥한 것이다.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

당내 일각에서는 ‘오자와를 간사장 등의 요직에 재기용해 당내 화합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간 총리는 이런 요구를 일축, 오자와를 당정 인사에서 계속 배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아사히(朝日)신문은 해석했다. 간 총리로선 정치자금 문제로 여론이 악화돼 있는 오자와를 철저히 배제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당정 운영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렇게 “오자와는 안 된다”고 ‘여론몰이’를 하면 당 대표 선거에서도 기선을 잡을 수 있다는 게 간 총리의 계산이다.

그는 또 ‘오자와 칠드런’으로 불리는 초선의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17일 “초선의원들의 의견이야말로 가장 국민의 목소리에 가깝다. 조만간 따로 만나자”는 내용의 편지를 일일이 보냈다.

◆오자와는 당내 주도권 회복에 골몰=간 총리 측이 여론몰이 작전을 구사한다면 오자와 전 간사장은 각개격파 작전을 쓰고 있다. 캐스팅 보트는 당내 제2계파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 그룹이 쥐고 있다. 하토야마는 18일 방문 중인 중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 내각은 국민을 위한 일들을 잘하고 있다. 다만 내가 (간 총리를 지지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현 시점’”이라고 말했다. 간-오자와에게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형국이다.

오자와는 이들을 포섭하기 위해 19일부터 열리는 하토야마 그룹의 합숙 연수회에 자파 의원들을 응원부대로 동원하기로 했다. 오자와도 참석해 세몰이에 나선다. 오자와 측근들은 그가 직접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자금 문제가 깔끔히 정리 안 된 상황이라 본인은 하토야마 그룹이나 무파벌 중진의원을 간 총리의 대항마로 옹립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하토야마 그룹을 끌어오고 여기에 예전부터 관계가 돈독한 옛 사회당 그룹 등을 합하면 간 총리 세력을 앞선다는 게 오자와의 복안이다. 또 당 대표 투표권자 가운데 지방의원과 당원은 오자와가 ‘특별관리’해온 까닭에 친오자와 성향이라는 점도 간 총리 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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