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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8 대선후보TV합동토론경제분야]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공약이 대선의 최대 정책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근 盧후보는 충청권 유세 때마다 이 공약을 내세워 세몰이를 하고 있다.

10일 경제분야 TV 토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신중치 못하고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李후보는 행정수도를 옮기면 수도권이 황폐해질 수 있다는 논리로 접근했다.

"盧후보의 공약대로라면 서울의 주택과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서울의 공동화로 큰 경제적 혼란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심공약에 대해 선제공격을 당한 盧후보가 "행정기능을 충청권으로 옮기자는 것이지, 서울시민을 데려간다고 한 적이 없다"고 받아치자, 李후보는 "정부·국회와 공기업·산하단체들을 옮기면 서울에는 무엇이 남느냐"며 "공동화된 서울에 주택을 가진 서민의 생활은 어떻게 되느냐"고 재차 몰아붙였다.

盧후보는 "워싱턴이 있다고 뉴욕이 다 옮겨가나. 서울은 물류 비즈니스 중심지, 경제수도로 남고 인구 50만∼1백만명의 행정수도를 건설하자는 것"이라며 "(李후보가)일종의 선동적인 얘기를 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옮겨가지 않는데 땅값·집값이 내려갈 일이 없다"며 "수도권 과밀화로 서민생활이 어렵다. 일반 시민을 위해서라도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두 후보는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국민의 일반 정서를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두 후보는 이전 비용 문제를 놓고도 충돌했다.

李후보는 70년대 박정희(朴正熙)정권 때 산정한 수도이전비용(5조원)과 전남도청 이전에 필요한 예상비용(2조5천억원)을 예로 들며 "6조원으로 되겠느냐"며 "행정수도를 옮기려면 식수 공급을 위해 댐도 새로 건설해야 하는데 이런 점은 고려했느냐"고 구체적으로 파고들었다.

盧후보는 "분당 신도시를 만들기 위한 토지공사의 투자 비용이 2조5천억원이었고, 일산의 경우 4조원 정도가 들었다"며 "토지매입 등 기반조성과 관청 이전에 1조3천억원, 전부 6조원이면 충분하다"고 맞섰다.

盧후보는 토론 초반엔 "4조5천억원이면 충분하다"고 했다가 후반부에 李총재가 "6조원으로 되겠느냐"고 따지자 "6조원이면 된다"고 따라갔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 10월 8일 경실련 토론에서 盧후보는 행정수도 이전 비용으로 2조∼3조원을 제시했었다"며 "盧후보가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노당 권영길(權永吉)후보도 이 문제에 있어선 盧후보가 제시한 이전비용이 비현실적이라며 李후보 편에 섰다.

토론장 밖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의 논란도 치열했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이날 "69년 신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패색이 짙던 DJ가 충청권 대의원을 현혹시키기 위해 내놓은 것이 행정수도 대전 이전 공약이었다"며 "30년이 지난 지금 DJ 후계자 盧후보가 DJ 수법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충청인을 속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상배(李相培)정책위의장은 "인구 50만명의 신도시로 행정수도를 건설할 경우 총 투자비가 40조원 이상 들어갈 것"이라며 "수도권의 부동산 폭락으로 경제공황에 빠지고, 인천 허브공항이나 경제특구 등 기존 인프라·프로젝트가 무용지물로 전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장인 임채정(林采正)의원은 "한나라당이 못 먹는 밥에 재를 뿌리고 있다"고 반격했다.

林의원은 "통일이 된 뒤 남쪽으로 내려오는 북한 주민을 수도권이 모두 소화할 수 있겠느냐"며 "통일시대의 다핵(多核)화된 국토개발을 위해서도 행정수도 이전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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