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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극서 '평안' 찾는 日대중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일본에서는 요즘 시대극이 남녀노소 관계없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TV를 보면 매일 어느 채널에서든 전국시대·도쿠가와(德川)막부시대 등을 주제로 한 역사극이나 정의파 사무라이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악덕관료·지주를 혼내주는 드라마를 볼 수 있다. 위성방송인 스카이퍼펙트가 지난 6월 시작한 시대극 전용 케이블TV엔 순식간에 1백72만세대가 가입했다.

극장에서도 지난달 개봉한 시대극 '황혼의 청위병'이 3주 만에 56만명의 관객동원 기록을 세우며 주간 흥행 2위로 올라섰고, 내년 봄까지 추가로 3편이 개봉될 예정이다.

시대극 하면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일본에선 젊은층의 가세로 '시대극 바람'이 출판·CD·컴퓨터 게임에도 영향을 미쳐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소니 뮤직하우스가 지난 9월 내놓은 인기 시대극 주제곡 모음집 CD는 20∼30대층의 인기를 끌면서 판매목표량(6천장)의 여덟배 이상인 5만장이 팔렸다. 이에 힘입어 소니 측은 2탄도 계획 중이다. 지난 10월에는 전문잡지 '시대극 매거진'이 창간됐다.

시대극을 이용해 입장을 표현하는 정치인도 늘어났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는 일본의 대표적 고전인 『주신구라(忠臣藏)』를 자주 거론한다. 『주신구라』는 억울하게 숨진 주군을 위해 가신 사무라이들이 절치부심해 복수한 후 자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고이즈미가 "어떤 일이 있어도 구조개혁 등 정치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대극 인기에 대해 여러가지 분석이 있다. 칼럼니스트인 이시하라 소이치로(石原壯一郞)는 "시대극은 이야기가 단순명쾌한 것이 특징"이라며 "시대가 갈수록 불확실해지면서 사람들이 시대극 속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대극 배우인 사나다 히로유(眞田廣之)는 "시대극은 대부분 윤리·효행·권선징악을 강조한다"면서 "사회윤리가 많이 흔들리면서 시대극의 이런 특징들이 각광받는 것 같다"고 밝혔다.

위기시대를 헤쳐나간 역사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것은 오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옛 '영화(榮華)'를 되찾자는 몸부림으로도 비춰진다. 시대극 붐은 일본사회가 안고 있는 심리적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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