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화상전화기 상품화 日·獨업체들에도 공급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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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아빠, 화면으로 얼굴을 뵈니까 건강하신 것 같아요." 미국에 유학 중인 대학생 자녀가 한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거는 순간 아버지 얼굴이 전화기 화면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아버지는 "너희들도 무사한 것 같아 다행이구나 "하며 환하게 웃는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나오는 이 같은 장면이 이제 일상 생활 속에서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PC 등 별도의 장비 없이 인터넷으로 연결해 전화통화가 가능한 화상전화가 개발돼 상품화됐기 때문이다.

대덕밸리 벤처기업 욱성전자(www. wooksung. com)는 세계 최초로 인터넷 화상전화기를 개발, 국내외에 본격 시판 중이다.

이 전화기는 ADSL·LAN 등 인터넷 전용회선에 연결하면 간단히 사용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통신 도중 끊기거나 전송 속도가 일정치 않은 인터넷의 단점을 극복했다. 다만 영상은 영상전화기 구입자끼리 통화해야 제공받을 수 있다.

이 전화기는 LCD화면(5.6인치)을 통해 여러 사람이 동시에 얼굴을 보면서 전화로 회의를 하는 화상회의와 영상감시(전화기에 카메라 연결시 가능)·영상교육·영상진료·영상면회·영상맞선 등 기능이 다양하다.

세계적으로 영상전화기 개발은 10여년 전부터 본격 추진됐다. 그러나 기존 영상전화기는 화질이 떨어지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상용화에 모두 실패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인터넷 영상전화 기술을 1990년대 중반부터 5∼7년간 개발하다 중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멀티미디어 영상기술 개발 전문업체인 욱성전자는 지난해 초부터 인터넷 영상전화기술 개발을 시작, 지난 3월 시제품을 내놓는 데 성공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출신인 박배욱(朴培旭·48·사진)대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우직하게 밀고 나갔던 게 성공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대당 99만원의 이 영상전화기 판매량은 지난 9월 50대에서 10월 1백대, 11월 3백대로 급증하는 등 빠르게 늘고 있다. 내년에는 4만대가 팔릴 것으로 이 업체는 예상하고 있다. 판매량의 절반은 해외로 수출된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독일 등 유럽 각국 업체들과 1만1천대(6백70만달러), 지난달 말에는 일본 업체와 2천5백대(1백30만달러) 수출계약을 하고 내년에 인도하기로 했다.

朴대표는 "전세계 안방에서 우리 회사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朴대표는 17년간 몸담았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동료 연구원 2명과 함께 95년 이 회사를 설립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bhkk@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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