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영난 하이닉스와 결별 이후…독립 만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7면

지난달 26일 하이닉스반도체 구조조정 자문사인 도이체방크는 하이닉스의 은행 빚에 대해 일부 출자전환과 상환연기를 해줘야 한다고 하이닉스 채권단에 보고했다. 1백20여개의 금융권 채권단은 이를 검토한 후 오는 10일 지원 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했다. 2년 이상 경영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하이닉스는 채권단의 결정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한때 세계 D램업계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던 하이닉스가 지금은 5조원 가까운 부채에다 올 3분기까지 누적적자가 무려 1조원이 넘는 부실기업으로 급전직하했다. 게다가 남의 손에 목숨을 맡긴 채 처분만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같은 날, 하이닉스에서 지난해 분사한 휴대전화업체 팬텍 & 큐리텔의 송문섭 사장은 국내 최초로 33만 화소짜리 카메라 내장형 휴대전화 출시 발표회를 열고 적극적인 내수시장 공략을 선포했다.

宋사장은 동영상 촬영시 끊김 현상이 없는 최신형인 데다 40만원대로 품질·가격 경쟁력이 대단히 높은 제품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밝혔다.

올 하반기부터 내수시장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에 제공된 휴대 단말기 중 점유율이 12%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삼성·LG에 이어 3위의 실적이다.하이닉스의 사업부문으로 있던 시절엔 월평균 1백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던 사업이었다. 게다가 지난해 봄 분사할 당시 1천3백여명의 직원이 퇴직금도 못받고 2천억원의 빚만 떠안았다. 그러나 불과 1년반 새 빚을 모두 청산한 것은 물론 순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모기업인 하이닉스와 여기서 떨어져 나온 분사(分社)들 간에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겨우 연명하고 있는 하이닉스와는 달리 분사들은 대부분 잘나가고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전신인 현대전자까지 합치면 분사한 기업들은 대략 35개"라면서 "모기업과 달리 이들은 대부분 흑자업체로 반전했다"고 말했다. 현대디지털테크는 셋톱박스와 VCD·DVD가라오케를 만드는 기업이다. 하이닉스에서 분사되기 이전엔 매출액 1백억원도 안됐지만 1998년 분사된 이후엔 5년간 매출액이 10배로 불어났다.

이 회사 정규철 사장은 "올해 매출 1천억원, 순이익 1백억원대를 달성할 것같아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그는 "분사할 무렵 상실감이 너무 컸다"면서 "5년 후 1억달러 매출에 10% 당기순이익을 내자고 목표를 내걸긴 했지만, 달성할 수 있으리라고 자신하진 못했다"고 회고했다.

98년 1백5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던 홈오토메이션사업부도 99년 현대통신산업으로 계열분리 후 올해 매출액 4백50억원으로 3배 성장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현대건설에서 10년간 대표이사를 지냈던 이내흔 회장이 최고경영자를 맡은 이 회사는 특히 은행빚 제로의 '무차입경영'을 계속하고 있다.

2000년 나란히 분사했던 자동차 멀티미디어 및 전자제어장치 사업부문의 현대오토넷과 모니터부문의 이미지퀘스트도 분사 후 실적이 수직상승하고 있다. 오토넷은 분사 첫해 3천6백억 매출에 순이익 1백82억원을 달성했고, 올해는 3분기까지 4천억원의 매출 실적에 순이익이 5백34억원에 달했다. 이미지퀘스트는 지난해 1억불수출탑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는 2억불수출탑을 수상하는 등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이미지퀘스트 김홍기 사장은 "분사후엔 노조 없는 회사로 노사가 대기업 제품과의 차별화가 살 길이라며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내는 등 똘똘 뭉쳐 일하고 있다"며 "대기업 기술력에다 중소기업의 분발심까지 합쳐진 것이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sunn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