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두번째 내한 공연 앞둔 마릴린 맨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마릴린 맨슨입니다. 한국에 다시 오게 됐습니다. 2003년 어렵게 성사된 첫 공연, 여러분의 열광적인 반응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곡을 부를 때 전원이 나가는 해프닝이 벌어져 아쉬웠지만 이번에 충분히 보상할 테니 기대하십시오. 지난번 공연이 'Golden age of grotesque(2003)' 앨범에 맞췄다면 이번엔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는 멋진 공연입니다.

10년의 음악 인생. 그 사이에 '안티 크리스트교 창시자' '퇴폐와 어둠, 분노의 교주'등의 별명이 붙었습니다. 저는 개인의 믿음이나 가치는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종교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인간보다 우위에 어떤 힘이 있다고 믿지 않는 것뿐입니다. 사실 저는 독서광이며 누구보다도 '성경'을 열심히 공부한 사람입니다. 제가 지은 도서관에도 '성경'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 겉모습이 기괴하긴 하지요. 사람들은 종종 무대 위의 모습과 무대 밖의 모습이 같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예컨대 달리의 그림은 추상적이고 난해하지만 그가 인생을 그렇게 살지는 않았거든요. 저도 힘든 시기를 많이 겪었습니다. 그런 세월이 음악이나 비주얼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안정적인 것보다는 도발적이고 도전적인 쪽에 마음이 끌린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언제나 행복을 삶의 기준으로 삼죠. 앨범 재킷을 손수 그렸듯 미술에도 관심이 많고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합니다.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끼쳤다는 지탄을 받은 것도 저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공연도 미성년자는 볼 수 없다는군요. 과연 제 음악이 아이들을 망치는 걸까요. 청소년들의 인생에는 제 음악 말고도 다양하고 수많은 경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만 제 음악이나 공연도 그들의 미래에 어떤 힘이 될 수 있길 바라지요.

앞으로 10년 후의 모습? 감독이건 배우건 영화 음악이건 영화와 관련된 일은 꼭 해보고 싶습니다. 동요를 내 방식대로 해석한 앨범도 하나 내고 싶어요. 이번 투어를 마치고 나면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정리=이경희 기자

※마릴린 맨슨과의 전화 인터뷰를 편지 형식으로 정리했다. '쇼크록의 대부'로 통하는 마릴린 맨슨은 강렬한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와 충격적인 퍼포먼스, 기이한 행동 등으로 화제가 됐다. 내한 공연은 2월 2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다. 만 18세 이상 관람가. 02-3141-3488.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