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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코미디 '색즉시공' 주연 임창정] 性호르몬 뿜는 명랑청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22면

임창정(29)과의 인터뷰는 엉뚱한 이야기부터 시작됐다. 그와 만난 지난달 29일, 곧 진눈깨비라도 내릴 것 같던 그 날의 날씨처럼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연예계에서 소문난 '명랑소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연인즉슨 며칠 전 그의 포르셰 승용차를 타고 나간 매니저가 교통사고로 왼쪽 팔이 잘리는 심한 부상을 입었다는 것.

사고 후 7천㎞밖에 뛰지 않은 새 차는 폐차됐고, 매니저는 아직도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했다. 인터뷰 장소에 오기 직전까지도 그 일을 처리하느라 분주했다고 했다. 여동생의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좋지 못한 일이 생겨 마음이 더욱 우울하다는 게 그의 착잡한 토로였다.

얼른 그의 새 영화 '색즉시공'으로 화제를 돌렸다. 13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두사부일체'로 지난해 조폭 코미디의 마지막 홈런을 날렸던 윤제균 감독의 두번째 작품이다.

임창정은 법대 복학생으로 얼떨결에 차력 동아리에 가입하게 된 순둥이 은식 역을 맡았다.

그의 상대역은 교내 '퀸카'이자 에어로빅 동아리 회원인 은효를 연기한 하지원. 영화는 두 동아리 회원들 간에 벌어지는 성적인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그린 '1백% 순도의 섹스 코미디'라고 한다.

그는 "마치 친구 만나러 학교 가는 기분으로 정말 즐겁게 찍은 영화"라고 말문을 열었다. 처음엔 야한 장면이 너무 많은 듯싶어 고사했다가 윤감독의 '꼬임'에 넘어가, 대본을 10회가 넘게 수정한 끝에 출연을 결정했다.

"촬영 전에 한달 동안 합숙해서 그런지 하지원·진재영·유채영·정민씨 등 출연진끼리 호흡이 착착 맞았다니까요. 이렇게 촬영장에서 잘 풀린 영화는 처음입니다."

참 안 어울릴 것 같은 하지원과의 첫 만남은 어땠느냐고 물었다.

"처음엔 지원이가 이미지가 좀 약한 듯싶어 걱정했는데 나중에는 저랑 감독님이랑 쾌재를 불렀어요. 정말 적극적이고 열심히 하는, 예쁜 후배예요. 지원이가 제 덕분에 '정말 후련하게 눈물 연기 해봤다'고 고마워하더군요. 전 오히려 지원이 덕분에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는데…."

즐겁게 찍었다지만 좀더 캐물어보니 즐거울 수만은 없는 촬영장이었다. 무엇보다 차력 연기가 '연기'여서는 안된다는 윤감독의 엄명 때문이었다.

"감독님은 관객 머리 위에서 놀기를 원하는 분이에요. 만약 배우들이 대역을 쓰거나 대충 눈속임을 하는 식으로 얼버무린다면 그 순간 관객이 영화 위에 올라선다는 게 감독님의 지론이었죠. 저도 절대적으로 동의했고요."

그는 차력 연기를 위해 온몸을 던졌다. "차력은 깡입니다요"라는 극중 대사처럼 오로지 깡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 이마로 마늘 빻기·각목 부러뜨리기·쌍절곤 휘두르기 등으로 머리통에서 멍들지 않고 성한 부분이 한 군데도 없다.

특히 쌍절곤을 양 손에 감아 휘두르는 장면을 너무 심하게 연습한 나머지 전신이 멍들어 '빨간 가래떡'이라는 별명마저 붙었다.

'우리, 이제 섹시해도 되나요?'라는 홍보 문구가 떠올라 "정말 그렇게 야하냐"고 물었다. 그는 "'몽정기'를 봤느냐"고 되물었다.

"'몽정기'가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죠? '몽정기'가 15세용이라면 '색즉시공'은 18세용(성인용)이죠. '몽정기'는 대사가 야하고, '색즉시공'은 연기가 야해요. 청춘 남녀의 분출하는 성적 에너지가 그 어느 영화보다 솔직하고 유쾌하게 그려졌다고 자부합니다." 그의 영화 자랑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인터뷰를 맺으면서 "이제 '임창정'하면 정발산, 산기슭, 슭곰발…이 떠오른다"고 농담을 던지자, 그의 얼굴에 웃음이 확 번졌다(그는 최근 한달간 TV 오락프로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의 '공포의 쿵쿵따' 코너에 출연했다). "정말 어려운 게임이에요. '쿵쿵따' 녹화장에 앉아 있으면요, 눈앞이 까마득해요."

기선민 기자

murp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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