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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는 급진" 이인제 마이웨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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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일 민주당을 탈당한 이인제(李仁濟)의원은 "급진세력의 대두를 막지 않고는 나라의 장래가 없다는 절박함 때문에 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이념과 노선을 탈당 명분으로 삼은 것이다.

국가정보원의 불법 도청 문제도 들었다. "대통령의 영향력이 동원돼 주가조작하듯 (盧후보의)지지도를 60%까지 끌어올리는 광풍을 조작했다가 이후 10%까지 떨어졌다. 또 단일화 과정이라는 정치적 흥행을 교묘히 만들어 국민을 흥분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작을 일삼는 부패한 패권추구 세력의 국정농단을 더 이상 방관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탈당 회견은 지지자 1백여명에 둘러싸인 채 국회의원회관 커피숍에서 열렸다. 준비해온 A4용지 4장 분량의 회견을 읽어내려갔으며, 두세차례 감정이 복받치는 듯 목이 메기도 했다.

'제2의 경선불복'이란 지적엔 민감하게 반응했다. "비판은 받아들이겠다"면서도 "눈앞의 비난이 두려워 방관자가 돼선 안된다"고 반박했다.

李의원은 1997년 당시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밀려 2위로 낙선하자 이후 국민신당을 창당, 독자출마했다. 이후 민주당과 통합했고, 올 3∼4월 국민경선제로 치러진 후보 경선에서 盧후보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고배를 마셨다.

-한나라당에 입당하나.

"심각히 생각해 본 일 없다. 국가 장래를 위해 급진세력의 대두를 막는 데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회창 후보에 대한 입장은.

"앞으로 생각을 정리해가겠다."

-李·盧후보 중 어느 쪽이 중도개혁세력인가.

"민주당 후보와 그를 둘러싼 세력은 급진세력이다."

-국정원 불법 도청을 사실이라고 믿나.

"시간이 가면 다 밝혀질 것이다. 제 입으로 얘기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니냐."

-97년에 이은 두번째 경선불복이란 지적이 있다.

"한 당의 입장에서 지켜야 할 도리도 중요하지만 국가 장래와 시대적 소명에 충실하기 위해 어떤 비판을 받더라도 이 길을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만나나.

"만나뵙게 될 것이다. 그 분도 마지막으로 (정치를)마무리하고 새로운 정치, 국가 장래가 희망이 열리길 바라는 충정을 갖고 있는 분이다. 명예롭게 정치를 마감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심정이다."

-후보 단일화를 어떻게 생각하나.

"단일화는 정치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공당의 후보가 테이블에 동전을 던져 후보를 맡는다는 게 말이 되나. 여론조사는 동전의 앞뒷면 같은 것이어서 우연한 것이고 수시로 바뀐다."

이정민 기자

jm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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