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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앞에서 날아다닌 이천수 … 그런 이천수에 눈길 안 준 조광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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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풍운아’ 이천수(29·오미야·사진)가 또 한번 부활의 날개를 펼까.

최근 일본 J-리그의 오미야 아르디자로 이적한 이천수는 15일 홈에서 열린 주빌로 이와타와의 리그 경기에 오른쪽 윙포워드로 선발 출전했다. 90분간 풀타임을 뛰며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좌우 측면과 중앙을 쉴 새 없이 오가는 활동량, 절묘하게 감기는 프리킥의 예리함은 여전했다. 후반 12분 프리킥 찬스에서는 수비 사이를 뚫는 강력한 슛을 날렸고, 23분에는 감각적인 패스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어 놨다.

경기는 0-0으로 끝났지만 화끈한 데뷔전을 펼친 이천수에게는 일본 언론의 찬사가 쏟아졌다. ‘스포츠 닛폰’은 “이천수의 공백기 우려는 기우였다. 개인기로 오른쪽 사이드를 돌파하는 모습에서 두 번의 월드컵을 경험한 숙련된 플레이가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산케이스포츠 역시 “이천수는 양팀 최다인 4개의 슈팅을 날렸다. 몇 차례 날카로운 장면은 예전 모습을 보는 듯했다. 그는 한때 박지성과도 대등한 선수였다”고 썼다.

이천수가 펄펄 날자 그의 대표팀 복귀론도 조금씩 흘러나온다. 공교롭게도 조광래 대표팀 감독이 이날 주빌로의 수비수 박주호(23)를 보기 위해 경기가 열린 NACK5스타디움을 찾았다. 박주호는 이영표를 대신할 왼쪽 윙백 재목감. 조 감독은 출국 전 “박주호를 보러 가는 것이지 이천수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이천수의 플레이는 조 감독이 몇 차례나 강조한 ‘스페인식 축구’에 근접했다.

그래도 조 감독의 반응은 냉담했다. 경기 후 그는 “팀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선수 개개인의 기술보다 의식이 중요하다. 조직에 융화될 수 있는 의식을 지녀야 한다”며 이천수 복귀설에 선을 그었다.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서 뛰던 이천수는 현지 적응에 실패해 2008년 K-리그 수원 삼성에 복귀했고, 6개월 만에 구단과 마찰을 빚었다. 모든 구단이 그를 외면할 때 전남 박항서 감독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그를 임대 영입했다. 하지만 이천수는 시즌 개막전부터 심판에게 ‘주먹 감자’를 날려 물의를 일으켰고 3개월 뒤에는 사우디 리그에 진출하겠다며 박 감독과 대립, 끝내 전남을 떠나 알 나스르에 둥지를 틀었다. 현재 그의 국내 신분은 임의 탈퇴 선수다. 이천수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다시 한번 태극마크를 노리겠다”고 말했다.

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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