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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나서 스타가 됐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스타는 대중이 만들어준 것이다. 매니지먼트가 만들어낸 반짝 스타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래도 진정한 스타는 대중의 지지에서 생명력을 갖는다. 레이먼드 더그넷의 말대로 한 민족의 사회사는 그 사회가 배출한 스타를 통해 쓰여질 수도 있다. 그래서 스타는 개인이지만 대중과의 관계, 사회와의 관계에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사람들은 스타를 특별 대우한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스타의 사생활, 특히 여자 스타의 성적인 사생활 폭로로 인권침해가 일어났을 때, 대중은 인터넷을 통해 스타 구명 운동을 하면서까지 스타의 편이 돼 준 일도 있다. 그들이 특별한 인간으로 구분되는 선택된 스타여도 개인으로서 그들의 기본적 인권은 존중돼야 한다는 것을 성숙한 네티즌들이 실천한 것이다.

그런 대중의 지지와 배려에 비해 최근 영화에서 일부 스타가 보여주는 행태는 매우 낙심스럽다. 되풀이해 발생한 스타의 계약 위반 사건들, 그러니까 어떤 영화의 주연으로 출연한다고 계약을 한 뒤 TV 드라마 연속 출연을 감행한다든가, 다른 영화와 이중계약을 하는 일조차 벌어지고 있다. 그런 상황은 고소사건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냉정하게 말하면 한국 영화에서 스타는 작품당 예산 규모에 비해, 또 연기력에 비해 과도한 개런티를 받고 있다. 다른 나라에선 전문가들만 보는 매체에 실릴 스타 몸값이 일반신문의 연예란에 실려 스타 간의 몸값 거품 경쟁을 부추기는 것도 문제다. 이를테면 아무개 스타가 또 다른 스타의 몸값을 능가했다는 식의 기사는 스타 특유의 라이벌 의식을 부추겨 실제 가격보다 거품 든 가짜 가격을 조장하기도 한다. 스타를 내세운 매니지먼트사, 그에 동조하는 매스컴이 총동원해 대중을 속이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차피 연예계가 그러려니 하고 접어두는 대중의 너그러움 혹은 무심함을 틈타 이제는 스타가 자신을 키운 업계와 대중을 우롱하는 도덕적 해이가 스타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

어떤 영화와 일단 계약을 했는데 더 돈벌이가 좋은 기회, 더 마음에 드는 역을 제안하는 유혹이 스타의 마음을 흔들 수는 있다. 그래도 일단 약속한 것은 지키는 공인으로서의 기본적 자세, 혹은 불가피하게 계약을 파기해야 할 경우 인간에 대한 기본적 예의를 스타라고 지키지 않는다면 그건 대중에 대한 배신이다. 한국 영화의 문화적 가치를 위해 스타가 나서야 할 필요가 있는 스크린쿼터 관련 행사에 스타를 초대하는 것은 가장 힘들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대체 한국 사회와 한국 영화와 자신의 관계를 연결시키지도 못하는 공적 의식 없는 스타, 한창 잘 나갈 때 돈과 인기만 챙기려는 스타를 볼 때면 '스타'는 '스'스로 '타'락한 자라는 항간에 떠도는 우스개 말이 떠올라 개탄스럽다.

그러니 대중이 만들어준 스타가 기본적인 자세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그저 그러려니 봐주기만 할 일은 아니다. 영화업계에선 스타 몸값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거품을 빼는 작업을 해야 한다.

3D 업종에 비견되는 험한 일을 하는 스태프는 1년에 3백만원도 못받는데 TV와 광고·영화를 같이 뛰는 스타가 그 1백배, 2백배인 3억원, 6억원씩 받을 가치가 있는지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스태프 인건비 합리화를 위한 비둘기집 운동이 벌어지는 이 때에 거품 낀 스타 인건비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공적 책임감이나 대중에 대한 배려 없이 혼자 잘 나서 스타가 된 듯이 약속을 어기는 오만한 스타를 영화업계나 관객이 그저 받아주기만 해선 안된다. 그래야 사이비 스타들이 줄어들고 진정한 대중의 스타가 생겨날 것이다. 그것은 연기 못하는 스타에게 수억원대를 지불하는 한국 영화의 공허함을 극복해 나가는 해결책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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