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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차량에 무기 숨겼을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무기사찰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이동차량에 은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ABC방송이 27일 보도했다.

ABC방송은 미 정부 관리와 민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사담 후세인이 사찰단의 눈을 피하기 위해 대형 트레일러나 빵 배달 차량으로 위장한 트럭에 이동식 생화학무기를 숨겨뒀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 당국이 이들 위장 차량을 각종 버스와 승용차가 뒤엉킨 인구 5백만명의 바그다드 시가지에 은닉해뒀을 경우 적발하기가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이다.

리처드 마이어 미 합참의장도 최근 워싱턴 외신기자클럽에서 "생화학무기를 감추는 데는 그리 큰 공간이 필요없다"면서 "이라크가 차량 등에 대량살상무기를 은닉하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이동식 생화학무기가 전쟁 발발시 즉각 실전에 투입될 수 있다는 점에 특히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영국 합동정보위원회는 의회에 제출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라크가 생화학무기를 제조해 실전 배치하는 데는 단 4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라크의 이동식 생화학무기 존재 가능성에 대해서는 추측만 무성할 뿐 아직 구체적 정보가 없는 상태다. 미국의 중동전문가인 앤서니 코즈먼은 "이동식 생화학무기에 대한 많은 추측이 있었지만 물증이 제시된 적은 한번도 없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한편 사찰 첫날인 27일 바그다드 외곽의 의혹시설 2곳을 둘러본 유엔 무기사찰단은 이라크의 사찰 협력 수준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사찰을 마친 자크 보테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팀장은 "오늘 우리는 원하는 지역과 시설을 자유롭게 사찰할 수 있었다"면서 "출발이 좋았다"고 말했다. 디미트리 페리코스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사찰팀장도 "우리는 계획한 모든 일을 할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최원기 기자

brent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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