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카에다·팔 단체 연계 추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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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스라엘 수사당국은 28일 케냐에서 발생한 연쇄테러가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소행일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테러 책임 규명과 추가 테러에 대비한 비상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번 테러의 책임을 주장한 단체나 개인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웨 이스라엘 주재 케냐 대사는 "세계적인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이번 테러의 배후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해 1998년 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파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는 알 카에다 조직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특히 이날 테러를 당한 이스라엘인들이 몸바사까지 타고 온 전세기가 때마침 다른 관광객들을 싣고 이스라엘로 향하던 중 미사일 공격을 당한 것으로 밝혀져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형태가 팔레스타인 과격단체의 국내 테러에서 벗어나 국제규모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번 사태는 국제적인 테러가 위험수위에 달할 정도로 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테러를 근절하지 못한다면 재앙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외무장관은 테러의 배후로 특정 단체를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팔레스타인 테러단체들이 대공 미사일을 획득하려 하고 있으며 헤즈볼라의 경우 이미 대공 미사일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혀 이들 팔레스타인 테러단체가 이날 테러에 연계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격을 받은 아르키아 차터사의 슐로모 하나엘 대변인은 이날 "비행기가 몸바사 공항을 이륙하자마자 미사일이 발사됐다"며 "조종사가 '비행기 좌측에서 미사일이 발사될 때의 섬광을 볼 수 있었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미사일을 누가 어디에서 발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연쇄테러공격과 관련해 "테러리스트들의 이 같은 폭력을 강력히 비난한다"면서 "개인적으로 이날 테러가 알 카에다 조직과 연계돼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해 이날 테러를 알 카에다의 소행으로 결론짓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도 "관광객들에 대한 야만적인 공격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날 테러는 중동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해 계획된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이스라엘 국영 엘 알 항공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별도 조치가 있을 때까지 이스라엘로 입국하는 국제선 항공기의 운항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박소영 기자

ol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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