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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열전 22일 돌입>안정이냐, 개혁이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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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선에서 노선대결이 핵심 이유로 부상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대항후보가 민주당 노무현 후보로 결정되면서다.

李후보측은 이번 대선이 '보혁(保革)구도'라고 주장했다. 반면 盧후보측은 '개혁과 수구의 대결'로 몰고가려 한다. 서로 유리한 지형에서 싸우겠다는 의도다.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대표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盧후보는 언제나 상황논리와 기회주의적 인기발언으로 일관해 왔고, 그 내용은 과격·충동·파괴·선동·즉흥 그 자체였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徐대표는 "盧후보는 미군철수·재벌해체·국보법폐지·언론사폐간·토지분배 등 좌충우돌식 발언을 해놓고도 되물으면 금방 말을 바꿔왔다"며 "이는 盧후보가 말하는 개혁이 소신에 의한 게 아니라 일관성 없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위장해온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일(金榮馹)총장도 "심지어 민주당 한화갑(韓和甲)대표마저 '盧후보가 민주당의 중도개혁노선을 포기한 게 문제'라고 우려했다"고 가세했다. 그는 "盧후보가 '나는 진보노선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지만 이는 자신의 행적을 뒤엎는 자기부정이자 국민을 우롱하는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보혁 공세'는 '신(新)매카시즘'의 낡은 정치행태라고 반격했다.

이상수(李相洙)총무본부장은 "우리 정치의 최대문제가 지역감정과 색깔론인데 한나라당이 궁지에 몰리자 이를 다시 꺼내고 있다"며 "이회창 후보와 민노당 권영길(權永吉)후보의 대결이면 몰라도 왜 盧후보를 끌어들여 보혁 대결로 모느냐"고 비판했다. 추미애(秋美愛)최고위원은 "진정한 보수는 지켜야 할 가치를 고수하면서도 도덕성을 보여야 한다"면서 "지난 5년간 영남에 기생하고, 자식을 군대에 안보내고, 지역구도와 탈세를 옹호하는 '이회창식 보수'는 위장 보수이자 수구 기득권의 고집"이라고 주장했다.

김만수(金晩洙)부대변인은 "盧후보의 과거 발언이라고 徐대표가 주장한 내용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자유시장경제를 강화하자는 지극히 원칙적인 주장을 과격하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한나라당이 그만큼 비원칙적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한나라당 이회창·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대선후보 등록을 맞아 초반 기세잡기에 나섰다. 앞으로 며칠이 대세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인식 때문이다. 李후보는 '급진이냐, 안정이냐'는 논리를 펴며 유권자의 안정희구 심리를 파고들었다. 盧후보는 '낡은 정치와 새 정치의 대결'이란 캐치프레이즈로 받아치는 모습이다. 대세에 영향을 미칠 또 다른 핵심 변수가 부산·경남(PK)의 민심 향배다. 두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27일 나란히 부산으로 달려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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