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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해직 교사 조합원 자격 계속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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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해고된 교사에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현행 조합규약을 개정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거부했다. 선거법 위반 등 여러 사유로 교단에서 퇴출된 교사들도 조합원으로 안고 가겠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즉각 “노조법에 따라 파면·해임된 교사는 노조원 자격을 상실한다”며 “노조법에 따라 2차 시정명령과 함께 사법처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14일 충남 천안에서 제60차 임시대의원 대회를 열고 ‘규약개정안과 하반기 사업계획안’을 확정했다.

전교조는 조합원 자격에 관한 규약 제9조의 ‘부당하게 해고된 조합원은 자격을 유지한다’는 부칙을 삭제하지 않았다. 규약 개정안은 300여 명 대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통과됐다. 정진후 위원장은 “전교조 해직교사는 파렴치범이 아닌 정부와 다른 교육 정책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라며 “부당 해고된 교사를 조합에서 배제하라는 노동부의 시행명령은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노동부가 시정 요구한 조합원 총투표, 위원장 권한, 투쟁 사항 등에 대한 규약은 개정했다.

노동부는 전교조가 2차 시정명령도 거부하면 사법처리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그럴 경우 전교조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전교조가 계속 이행하지 않으면 노조 지위는 자동으로 박탈돼 노조 설립이 취소된다.

전교조는 노조가 불법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행정소송과 함께 규약시정명령 저지를 위한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같은 이유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법외노조로 분류한 바 있다.

전교조의 노조 설립이 취소되면 1999년 합법화 이후 10여 년 만에 다시 법외노조가 된다. 법외노조가 되면 전교조는 교육과학기술부, 시·도교육청과 단체 교섭을 할 수 없고 연가(연차 휴가)투쟁 등도 불법 행위가 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004년 후에 이뤄지지 않은 전교조와의 단체 협상이 친전교조 교육감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며 “법외노조가 된다면 단체 협상은 물 건너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학업성취도평가 관련자와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며 “법원 판결로 해직자의 범위가 축소되면 전교조도 해직 조합원 관련 규약을 다시 검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법외노조 가능성은 가장 마지막 단계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해직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규약을 법원이 위법하다고 확정 판결하면 그때 규약 수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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