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왕시, 결승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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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4강전
[제10보 (133~146)]
黑. 저우허양 9단 白.왕시 5단

중국 바둑은 왜 한국 바둑을 이기지 못하는 것일까. 14억 인구에 열기도 더 뜨겁고 바둑전문 학교가 지방 곳곳에 세워지는 등 바둑 지망생도 더 많은 중국이 한국을 못 이길 이유는 하나도 없어 보인다.

바둑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은 또 얼마나 강한가. 그런데도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을 듯하다 미끄러지는 광경이 근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가지가 교통 문제다. 먼 지방에서 시합을 위해 베이징(北京)에 오려면 기차로 사흘~열흘씩이나 걸린다고 한다.

나라가 너무 커 전국 규모의 대회가 활발하게 열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 유망주가 있다 해도 채 피기도 전에 시들어버린다고 한다. 몇년 전 압록강 근처 한 시골 도시에 12세 된 조선족 유망주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그 역시 베이징 진출에 실패했는지 더이상 소식을 들을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조훈현9단과 제1회 응씨배 우승컵을 겨뤘던 녜웨이핑(偉平)은 대단한 사람이다. 그는 문화혁명 시절, 멀리 만주로 귀양(?)가 돼지우리 당번을 하는 등 시련을 겪으면서도 한때 중국 바둑을 세계 최고로 이끌었다.

우상 귀가 134,136의 수순으로 완생하면서 이 판의 승부는 확연히 백쪽으로 기울었다. 저우허양(周鶴洋)9단은 이후 하변에서 수를 내려고 애쓰다 실패하자 172수에서 돌을 던졌다. 신예 왕시(王檄)5단이 2대 0으로 결승에 진출한 것이다.

이번 삼성화재배의 결승 진출로 왕시는 크게 유명해졌다. 구리(古力)7단을 대신해 중국에 영광을 안겨줄 기대주로 떠오른 것이다.

왕시는 뤄양(落陽) 출신인데 황하 근처에 있는 이 고도는 여러 왕조의 도읍지로 유명한 곳이고 베이징에서 자동차로 가도 불과 2~3시간 거리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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