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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영화에 올리는 이스트우드의 '추모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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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DVD 타이틀 뒤에 특별판·한정판·감독판 등의 수식어가 붙는 제품이 많아지고 있다. 화질과 음질을 손보았거나 부록을 보강하거나, 아니면 탄생 몇 주년을 기려서… 등등의 업그레이드를 자랑하는 경우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내놓지, 왜 이중으로 돈을 쓰게 만드나'싶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영화가 더 나은 음질과 화질, 그리고 풍부한 부록으로 다시 선보인다는 데 설레지 않을 도리가 없다.

1993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감독·남우조연·편집상을 수상한 '용서받지 못한 자(Unforgiven)'는 2000년에 디스크 한장짜리로 출시된 바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하고 주연한 이 걸작 서부극이 디스크 두장짜리인 '용서받지 못한 자 특별판'(15세)으로 새 단장해 나왔다. 몇 번을 보아도 가슴이 뭉클해지며, 볼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되는 풍요로운 텍스트이므로 부록이 추가된 특별판 출시가 반갑기만 하다.

첫째 디스크에는 이스트우드의 전기를 쓴 영화평론가 리처드 시켈의 코멘터리가 들어있다. 시켈은 자신을 '이스트우드의 동지'라고 소개한다. 여기서 알 수 있듯 그의 코멘터리에는 대배우의 영화 작업을 오랫 동안 지켜봐온 친구의 애정이 가득 담겨있다. 갑자기 눈이 내리자 치밀한 이스트우드는 눈이 녹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그걸 활용해 눈 장면을 찍었다는 식이다.

이스트우드는 가치있는 장면엔 돈과 정성을 많이 들여 찍는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마지막 서부극이라 여겨 많은 시간과 열정을 담아 촬영했다고 한다. 칭찬 일색이다. 재미있는 정보를 전하고 인물이나 장면 분석도 세심하다. 험담 한 마디 없다.

둘째 디스크에는 시켈이 제작·시나리오·연출을 도맡은 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들어있다. '메이킹 오브 언포기븐(Making of Unforgiven)'은 세트 만들기부터 촬영까지 전 과정을 지켜보며 상세한 안내를 한다. 이스트우드의 현장 장악력·유머 감각·연출력·인품에 감동해 그의 초기 출연작인 TV시리즈 '로하이드'(59년)시절부터 참여했다는 스태프 등 20∼30년을 함께 한 이스트우드 사단의 우정이 인상적이다.

'용서받지 못한 자 특별판'은 연기자·감독으로서의 이스트우드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자연인 이스트우드의 인품까지 흠모하게 만드는 따뜻한 작품이다. 이스트우드는 이런 헌정이 당연한 최고의 영화인이다.

DVD 칼럼니스트

oksunny@ym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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