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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 한국서 리메이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0면

할리우드 영화의 한국판(리메이크) 제작에 할리우드가 전액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할리우드가 한국 영화의 리메이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거꾸로 할리우드 영화가 처음으로 한국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더욱이 그 제작비는 물론 전세계 배급까지 할리우드가 맡겠다고 나섰다. 우리 영화의 성장세가 단숨에 느껴진다. 화제의 작품은 데이비드 마멧 감독이 1988년 연출했던 '씽스 체인지(Things Change)'. 91년 '제3의 기회'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됐던 이 작품을 '접속''텔미썸딩'의 장윤현 감독이 대표로 있는 씨앤필름에서 새롭게 만든다. 제작사측은 '같은 얼굴을 가진 두 남성의 엇갈린 운명'이란 원작의 아이디어를 빌려오되 영화는 전혀 다른 색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비는 40억~50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에 투자를 결정한 컬럼비아 트라이스타의 아시아 지역 마케팅 책임자인 황순언(黃順恩)씨. 싱가포르에서 태어나 현재 홍콩에 살고 있는 그는 "한국영화의 열정과 창조성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흥행성·작품성 모두 전세계에서 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디어 기획·시나리오 개발·전세계 배급 등 모든 과정에서 씨앤필름과 컬럼비아가 협조하고 있다"며 "컬럼비아가 외국 영화사와 제로 베이스(Zero Base)부터 손을 잡은 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측의 창의성을 확신했기에 그간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쉬리''공동경비구역 JSA''친구''봄날은 간다''화산고''엽기적인 그녀''조폭 마누라''시월애' 등 한국영화 화제작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홍콩에 있는 제 어머니가 한국 드라마 '가을 동화'의 열성팬입니다. 요즘 한국영화에서도 대단한 열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절대 과장이 아닙니다. 한국영화는 곧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가 될 겁니다."

'씽스 체인지'의 리메이크판은 한국 감독, 한국 배우에 한국어로 제작된다. 언어의 한계로 전세계 배급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하자 그가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와호장룡' 보세요. 이젠 미국인도 자막있는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내용과 재미를 갖추면 어디서든 통할 수 있다는 얘기죠. 영화도 장사인데, 그런 자신감이 없었다면 선뜻 돈을 대겠습니까."

"한국영화를 너무 밝게 본다"고 묻자 "그게 현실인데 어떠냐. 맹목적 낙관론이 아니다. 그만큼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는 확신에 찬 답변이 돌아왔다.

부산=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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