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천리 단일화 결정]여론조사·검증 12시간만에 '상황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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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노무현·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가 마무리됐다. 이로써 온 국민의 관심을 모았던 '단일화 드라마'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이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조사날짜, 조사기관 개수, 승부결정 방식, 무효화 가능성 배제 여부 등이었다.

조사는 24일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반나절 동안 전격적으로 실시됐다. 한때 "23일부터 이미 조사에 들어갔다"는 말이 돌았으나 결국 24일 하루 사이에 모든 조사가 끝났다.

이번 조사의 최대 논쟁거리는 누가 조사하고 어떻게 승부를 결정짓느냐였다. ▶한개 기관이 단독으로 조사하는 방안▶여러 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단일조사를 실시하는 방안▶복수의 기관이 별도로 조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으나 결국 두개 기관이 맡았다.

이와 관련, 양측은 당초 세개 조사기관을 선정해 '다승제'로 승부를 가릴 계획이었으나, 대부분의 조사기관이 의뢰를 거절해 결국 '월드 리서치'와 '리서치 앤 리서치' 등 두개 기관으로 최종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샘플수는 2천명씩 모두 4천명으로 했다.

이들 기관은 우선 '다음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라는 예비질문을 한 뒤 둘째 질문으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경쟁할 단일후보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라는 본(本)질문을 던졌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기관별로 1천명은 노무현-정몽준 순으로, 나머지 1천명은 정몽준-노무현 순으로 질문했다.

조사 결과 리서치 앤 리서치는 盧후보가 46.8%, 鄭후보가 42.2%로 나와 4.6%차로 盧후보가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 리서치는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28.7%로 무효 기준인 30.4%보다 낮아 무효 처리됐다. 결국 1대0으로 盧후보의 승리가 확정됐다.

당초 양측은 두곳 모두 무효화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연령·성별·지역·계층 등 표본 추출이 잘못됐을 경우▶조사결과의 입력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경우▶일부 면접원이 특정 후보를 위해 답안지를 조작할 경우 등에 대해 모든 대책을 세워놓았었다.

심지어 두 후보 지지도가 동점으로 나올 경우에도 판가름할 수 있는 장치를 확보했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를 위해 민주당 신계륜(申溪輪)·국민통합21 민창기(閔昌基)협상단장이 지난 23일 밤 긴급회동해 보완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곳에서 盧후보가 승리하고 다른 한곳이 무효 처리되면서 자연스럽게 盧후보 승리로 귀착됐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역선택 방지 조항도 이회창 후보 지지도의 평균치가 아닌 최소 지지도가 기준이었다"고 말했다.

당초 조사결과는 곧바로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검증 절차 때문이다. 보통의 여론조사에서는 전체의 5% 정도만 선별해 조사내용을 확인하는 것으로 검증을 마치는 데 비해 이번 조사는 승복이 최대 관건인 만큼 최대한 많은 조사내용을 철저히 검증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예상외로 검증이 신속히 이뤄져 조사결과가 일찍 나오게 됐다.

통합21의 한 관계자는 "제3의 객관적인 검증단체에 검증작업 일체를 맡겼고, 양당 관계자는 이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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