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책인데 출판사는 다르네" 두개의 『반지… 』 나온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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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터지 소설의 고전이자 베스트셀러인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커플링'으로 변했다. 출판사 '씨앗을 뿌리는 사람'(대표 장익순)은 최근 7권짜리 『반지의 제왕』과 그 길라잡이라 할 『호빗』을 펴냈다. 이미 황금가지(대표 박근섭)에서 지난해 6권으로 된 이 시리즈를 출간, 판매 중이므로 독자들로선 두 개의 반지를 만나게 된 셈이다.

1954년 출판된 이 작품은 중세문학과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언어·역사·지리 등 정교한 상상의 세계를 구축, 선과 악의 다툼을 그려 내 영문학의 보석으로 꼽힌다. 국내에선 90년 『반지전쟁』이란 해적판이 나온 데 이어 황금가지가 영국 출판사 '하퍼 앤 콜린스 UK'와 정식계약을 통해 출판해 이미 13만질이 팔린 '황금알'이다.

이 저작권 계약은 지난 6월 만료됐는데 이례적으로 국내 출판권이 '씨앗'으로 넘어가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됐다. 황금가지판도 당초 약정에 따라 계약 종료 후 1년간 기존 인쇄분량은 판매할 수 있다. 결국 내년 6월까지 두 종류의 반지가 팔리게 된 것이다.

이번 사태의 경위에 관해 출판계 안팎에서 논란이 분분하다. 우선 하퍼 측이 인세 2%포인트 인상, 양장본 병행 출간, 시장성을 무시한 톨킨전집 출간 등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후문이 흘러나왔다. 황금가지 측도 이를 부인하지 않으며 섭섭함을 표시한다. 마케팅에 힘을 써 지명도를 올려 놓았더니 말을 갈아탔다는 얘기다. '씨앗'측은 재계약 내용을 공개하진 않는다. 다만 무리는 없었다며 오히려 작가의 번역지침에 따른 충실한 번역, 일러스트레이션을 넣은 양장본 제작, 톨킨선집 등이 독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세를 올린다.

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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