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품작등 최대 규모 화제작 없어 아쉬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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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23일 일본 감독 기타노 다케시의 '돌스'를 끝으로 열흘 간의 일정을 마친다. 매년 외형적인 성장을 거듭해온 부산영화제는 올해도 가속도를 잃지 않았다. 영화제 기간이 전년보다 하루 늘어났고 초청된 작품도 57개국에서 총 2백26편에 달해 역대 최고 편수였다.

개막작 '해안선'과 폐막작 '돌스'등 모두 72편의 영화가 완전 매진됐고 좌석 점유율도 약 73%로 여전히 관객의 열띤 반응을 얻고 있음을 확인했다. 영화를 관람한 연 인원은 약 16만명으로 20만명까지 육박했던 2, 3년 전만은 못하지만 지난해보다는 1만여명 늘어났다. 예산도 3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억원 가량이 늘어 숨통이 틔었다.

특히 올해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영화의 창구'로 자리잡았음을 대내·외에 확실히 과시했다. 칸·베니스·베를린 등 세계 3대영화제 집행위원장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아시아에서 새롭고 역동적인 작품을 찾아 자국의 영화제에 소개하기를 기대하는 이들은 부산영화제를 하나의 거점으로 주목했다.

이밖에 도빌·산세바스찬·도쿄필름엑스·시드니 등 10개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참석한 점도 영화제의 무게를 더했다. 일본·중국·대만·싱가포르·인도네시아에서 초청된 배우·감독만 50명에 달한 것도 '아시아 영화를 위한 영화제'라는 특성을 부각시키는 데 일조했다.

부산영화제는 주요 영화제처럼 영화를 사고 파는 '필름 마켓'이 없는 대신 감독과 제작자를 투자자와 연결시켜주는 부산프로모션플랜(PPP)이 관심을 모아왔다. 올해도 35개국 3백여개 영화사에서 1천여명의 영화산업 종사자들이 공동제작과 투자선을 찾아 부산을 방문했다. 영화제 측은 PPP와 관련한 인사들이 전년보다 35%나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반 시민이나 관객 입장에서는 스타급 배우나 감독이 거의 없었고, 화제를 부른 작품도 찾기 힘들어 축제 분위기를 느끼기에 미흡했다. 눈길을 끌 만한 인물이 없었다는 지난해만 해도 일본의 이와이 슌지 감독이나 프랑스의 명배우 잔 모로 등이 있어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으나, 올해는 그 정도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어차피 부산영화제가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게스트의 규모나 초청 영화의 수 등에서 '큰 영화제'를 지향한다면 거기에 걸맞게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인사들을 섭외하는 데도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편 22일 열린 폐막작 기자시사회에서 공개된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돌스'는 그의 이전 영화보다 훨씬 차분해졌다는 평을 받았다.

'소나티네''하나비'등에서 소통불능 시대의 폭력 문제를 거론했던 그는 이번엔 '사랑의 비겁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화는 세 커플을 통해 사랑이란 현실에서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다고 강조한다.

부산=이영기 기자

leyoki@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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