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물 보관함 日'풀타임 시스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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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외출해야 하는데 택배업체로부터 배달온다는 연락이 와 꼼짝없이 기다린 적이 있었는가. 꼭 받아야 할 등기우편인데 우체부가 하필 부재중에 찾아오는 바람에 다음 배달 때까지 기다려야 했던 경험은 없는지….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겪는 불편이지만 이를 그저 참고 넘어간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즈니스 기회로 잡아채 기업을 일으킨 사람도 있다.

일본 풀타임 시스템(사진)의 하라 고이치로(原幸一郞·59)사장은 바로 두번째 부류의 맨 앞줄에 선 사람이다. 아파트나 다가구주택 거주자들이 택배나 우편배달과 관련해 느끼는 불편에서 착안해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고안해 낸 것이다.

그가 1986년 설립한 풀타임 시스템의 주력사업은 택배로커의 제작·관리다. 택배로커는 부재중 배달된 물건이나 본인 확인이 필요한 등기우편을 임시 보관할 수 있는 캐비닛형 철제박스를 말한다.

배달원은 수령인이 부재중일 경우 택배로커에 물건을 넣어놓고 가면 된다. 로커에 부착돼 있는 액정화면에는 몇호실에 배달이 왔다며 숫자가 표시된다. 입주자는 귀가시 택배로커의 액정화면에 자기집 호수가 표시돼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입주자들에게 미리 배포된 ID카드를 카드 삽입구에 끼워넣으면 배달된 물건이 들어있는 로커의 문이 열려 물건을 찾아가는 식이다.

풀타임 시스템은 일본정부의 인가를 받아 등기우편의 대리수령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ID카드로 거주자 확인이 확실하게 이뤄진다는 점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풀타임 시스템은 또 전국 40만가구분의 택배로커를 본사의 콜센터와 연결했다. 이를 위해 택배로커에는 모두 통신기능을 달았다. 이를 통해 콜센터는 어느 아파트, 몇호실에, 언제 물건이 배달돼 로커에 보관돼 있는지 언제나 파악할 수 있다. 요금은 신용카드로 결제된다. 이런 시스템은 풀타임 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런 편리함 때문에 일본에선 90년대 중반 이후 신축아파트의 95%가 기본사양으로 택배로커를 갖춘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yhnam@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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