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은' 김대업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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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대통령후보의 장남 정연(正淵)씨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던 김대업(金大業·41·사진)씨에 대해 검찰이 두 달 가까이 행방을 찾고 있다.

金씨가 검찰의 시야에서 사라진 것은 지난 9월 26일. 서울지검 병무특별수사반이 金씨가 정연씨 병역비리의 증거라며 검찰에 제출한 녹취 테이프의 제작연도가 당초 金씨 주장과 다르다는 점을 집중 추궁한 직후였다.

당시 검찰은 "테이프가 1999년 3∼4월 국군수도병원 전 부사관 김도술(55)씨의 진술을 녹취한 것"이라는 金씨 주장과 달리 2001년에 제작된 이유를 따져 물었다.

이전에도 두 차례나 99년에 제작된 게 틀림없다고 주장했던 金씨는 "배가 아프다"며 조사 중단을 요구한 뒤 검찰청사를 빠져나가 곧바로 병원에 입원했으며, 이후 소식이 끊겼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입증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내용의 병풍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金씨를 여러 차례 소환했다. 녹취 테이프의 제작연도가 왜 다른지, 테이프가 조작·편집됐는지, 조작·편집 과정에 제3자가 개입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검찰은 대구의 金씨 집에 수사관까지 급파했으나 金씨를 찾아내지 못했다.

검찰은 최근 추가 조사 과정에서 金씨가 지난 8월 "정연씨 면제에 개입한 김도술씨의 진술이 담겨 있다"면서 녹취 테이프와 함께 낸 녹취록이 속기사무소가 아니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작성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당시 호텔에 金씨와 그의 변호인인 최재천(崔載千)변호사 외에 참석자들이 더 있다는 정황을 포착, 이 부분을 조사하고 있다. 참석자가 누구였는가에 따라 사건의 파장이 커질 수 있다.

병무특별수사반 외에 서울지검 특수3부와 형사1부도 金씨를 찾고 있다. 金씨가 진정한 李후보 차남 수연씨의 병역비리 주장과 수사관 사칭 여부를 각각 조사하기 위해서다.

崔변호사는 金씨와 가끔 간접적으로 연락이 닿으며, 병역비리에 대한 추가적인 증거 수집이 끝나면 金씨가 검찰에 출두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검찰은 자진 출두 가능성을 작게 보고 있다. 잠적 이후 金씨가 "편파 수사를 하는 검찰의 소환에 응할 수 없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만간 한두차례 더 소환 통보를 하고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19일 "체포영장 청구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강수 기자

pinejo@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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