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프랑스·아르헨 연구팀 허블망원경으로 포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빛을 비롯한 모든 물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시속 40만㎞의 속력으로 이동하며 별들을 삼켜버리는 과정이 허블 우주망원경에 포착됐다고 영국 BBC방송이 18일 보도했다.

프랑스 원자에너지위원회 펠릭스 미라벨 연구원과 아르헨티나 천체물리연구원이 이끄는 공동연구팀은 최근 "지상에서 6백㎞ 상공에 설치된 허블망원경을 이용해 여름철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전갈자리 부근에서 이동 중인 블랙홀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GRO J1655-40'으로 명명한 이 블랙홀은 별이 폭발하면서 떨어져 나온 동반성(同伴星)을 삼킨 뒤 그 별에서 분출하는 가스를 빨아들인 것으로 관측됐다.

BBC는 "이번 관측은 블랙홀과 초신성(超新星)의 연관성을 다뤄온 여러 이론을 실증한다"고 평가했다.

태양 질량의 수십 배가 넘는 무거운 별들은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폭발하며 평소 밝기의 수억 배에 달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 초신성 현상을 보인다. 이때 별의 중심부는 내부를 향해 급격히 수축돼 부피는 0, 밀도는 무한대인 블랙홀이 생겨난다.

이번 관측 결과 블랙홀은 초신성 생성과 관련이 있으며, 강력한 중력장을 지니고 있어 빛을 포함해 근처에 있는 모든 물질을 흡수해 버린다는 이론이 입증된 것이다.

연구팀은 "블랙홀이 지구 쪽으로 무서운 기세로 오고 있으나 6천∼9천광년(光年)이나 떨어져 있어 안전하다"고 말했다. 블랙홀이 될 수 있는 태양 질량의 10배 이상의 별은 반지름이 수십 ㎞로 수축되는 반면 중력은 지구의 1백억 배 이상 되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강홍준 기자

kanghj@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