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D-29]"파경은 막자" 한밤 조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결렬위기 직전까지 치달았던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와 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후보 간의 단일화 추진이 일단은 탈출구를 찾게 됐다. 19일 밤 盧후보 측의 신계륜(申溪輪)비서실장과 鄭후보 측의 민창기(閔昌基)홍보위원장의 회동이 그 계기가 됐다.

회동 직후 양측은 한 목소리로 "단일화의 원칙은 불변"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대화의 진행 또는 합의 이행 단계의 속개 등 앞으로 큰 차질 없게 일이 진행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閔본부장도 "(협상 재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헤어졌다"고 입을 맞췄다.

그간 단일화 협상 결렬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鄭후보 측이 합의문안 유출을 들어 촉구한 민주당 협상단의 교체와 여론조사 설문 문항의 재협상이었다.

이날 申실장과 閔본부장의 회동 후 브리핑에서는 민주당의 협상단 교체 가능성을 시사하는 기류가 감지됐다.

민주당 李대변인은 "협상단은 합의서 교환으로 이제 움직임이 없어졌으니 아무 일도 안하면 그만"이라며 "앞으로는 필요한 사람들끼리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국회 본회의가 끝나고 상임위 활동으로 넘어가는데 의장이 사회를 잘 봤는지 못 봤는지가 문제가 되겠느냐"고 협상단 교체 가능성을 빗대 시사했다.

閔본부장은 민주당의 협상단 교체와 관련, "상대방에서 적절히 대응하는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헤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지자의 역(逆)선택을 막자는 명분으로 鄭후보 측이 요구했던 여론조사 설문 문항의 재조정 논란에 대해서는 양측이 말을 아꼈다. "그런 곡절이 다시 없기를 바란다"(李대변인),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하겠다고 강력히 얘기했다"(閔본부장)고만 밝혔다. 워낙 민감한 뇌관성 사안인 때문이었다.

李대변인은 특히 鄭후보의 4자연대 교섭단체 재추진에 대한 성토 논평을 낸 것과 관련, "鄭후보의 진의를 확인하지 않은 채 감정적으로 대응한 데 대해 후회스럽고 반성하는 기분이 든다"고까지 했다. 재협상 분위기를 위해 민주당이 전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양측은 20일 오전 申실장과 閔본부장의 재회동을 통해 재협상 채널과 의제 등을 최종 조율할 예정이어서 단일화의 최종 향배가 주목을 받게 됐다.

이에 앞서 19일 오후까지 양당은 결렬의 명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설전을 벌였다.

鄭후보 측의 김행(金杏)대변인은 "여론조사 방식의 언론 유출은 한나라당 지지자의 역선택을 유도하려는 盧후보 측의 의도적 왜곡"이라며 "유출 책임자와 사태를 안이하게 판단한 협상 책임자를 교체하라"고 盧후보 측에 요구했다. 민주당의 이해찬(李海瓚)단장과 이호웅(李浩雄)의원을 지목한 얘기다.

그러면서 金대변인은 설문 문항 등의 재협상이 이뤄질 경우 다섯 가지 대원칙이 관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지지자의 '역(逆)선택'을 방지하되 ▶전국적, 특히 비호남권의 고른 지지를 받고 ▶정치적 중간층 유권자의 지지를 최대한 끌어내며 ▶후단협·자민련 등의 협력을 이끌어 내고 ▶한나라당이 무서워하는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 李대변인은 "그냥 鄭후보로 단일화하자는 얘기를 복잡하게 이론화한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협상단 교체 요구에 대해선 유출 책임을 한쪽에 떠넘기려는 적절치 않은 요구라며 거부했었다.

최훈·박신홍 기자

choihoon@joongang. co. 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