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盧, 협상재개 소식에 누그러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후보 단일화 합의가 무산될 위기에 맞닥뜨린 노무현 후보는 19일 오전 부산MBC 토론회에서 "지엽적인 문제나 절차 문제라면 타협할 수 있지만 무한정 재협상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鄭후보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니 약속을 지킬 것으로 본다"고도 했다. 이미 당에서 밝힌 대로 여론조사 기관의 숫자나 조사일 등의 변경이 아닌 전면 재협상 요구는 받아들일 생각이 없음을 뚜렷이 한 것이다. 반면 鄭후보 쪽의 약속이행은 은근히 압박하는 모양새였다.

盧후보는 그러면서 "1주일 후면 단일후보가 결정된다. 지금 내가 앞서기 시작했고 내가 단일후보가 되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선관위에서 TV토론을 한차례만 허용한 데 대해서도 盧후보는 "불만이지만 그나마 기회를 주니 해야 한다"며 "한번이라도 하면 국민이 충분히 알아볼 만큼 할 자신이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최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2위로 올라선 데 대한 盧후보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들이다. 盧후보나 민주당의 이런 단호한 입장은 "단일화 협상이 무산된다 해도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게 더 많다"는 득실계산에서 나온 것 같다. 盧후보는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여론조사 2위로 올라섰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자들에게 '이회창 후보의 대항마=노무현'이라는 인식을 다시 심어준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盧후보 측은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최선이지만 합의 무산에 대비한 명분 선점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김원기(金元基)단일화추진특위 위원장은 "盧후보가 여론조사 제안을 전격 수용할 때까지 우리는 한번도 2등을 못해봤지만 양보했다"고 했다.

국민통합21이 제기하는 '단일화 선출방식 유출'문제에 대해서도 金위원장은 "그쪽에서 주장하는 역선택 가능성은 전문가들도 난센스라고 한다"고 했다.

盧후보는 이날 후단협·자민련·이한동(李漢東)후보 등과 鄭후보가 4자연대 교섭단체를 추진하는 데 대해 "그렇다고 단일화가 물건너가는 것은 아니지만, JP가 참여하는 등 원칙없이 비빔밥으로 참여하면 앞으로 민주당과의 당 대 당 통합연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단일화 협상의 와중에 鄭후보가 4자연대의 '외도'를 추진하는 대목의 '도덕성'을 지적한 발언이다.

이런 강경기류는 그러나 신계륜 비서실장과 통합21 민창기 홍보위원장의 저녁 회동에서 대화 재개의 물꼬가 트이면서 누그러졌다. 盧후보는 서울 여의도 당사 부근에서 申실장과 참모들에게서 상황 진전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대변인은 "결렬위기란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로 (상황을)심각하게 생각했던 게 오해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계속 강경하게 나갈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아 오히려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산=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