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국이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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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히딩크 감독과 그의 수제자 송종국 간의 첫 '사제 대결'에서 송종국이 판정승을 거뒀다.

17일 필립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네덜란드 프로축구리그 아인트호벤-페예노르트전에서 송종국(23)이 후방을 든든히 지킨 페예노르트가 오노 신지와 부펠의 연속골에 힘입어 히딩크 감독이 지휘하는 아인트호벤을 2-1로 꺾었다.

시즌 개막 이후 11경기 무패 행진(8승3무·승점27)을 하며 선두를 달리던 아인트호벤으로서는 불의의 일격을 당했고, 리그 3위인 페예노르트는 선두 탈환의 전기를 마련했다.

경기 초반은 홈팀 아인트호벤의 거센 공세 속에 진행됐다. 스트라이커 반 후이 동크가 결장한 페예노르트는 실점을 막기 위해 꽁무니를 뒤로 쭉 빼고 철통 방어벽을 구축했다. 특히 오른쪽 윙백을 맡은 송종국은 1대1 마크로 아인트호벤의 왼쪽 공격을 철저히 차단, 히딩크 감독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송종국은 간헐적으로 공격에도 가담해 전반에만 두차례의 기습적인 오버래핑에 이은 날카로운 크로스를 날렸다.

힘을 잔뜩 비축한 페예노르트의 반격은 오노 신지의 발끝에서 출발했다. 오노 신지는 전반 28분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 중앙에서 2대1 패스에 이은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선취점을 뽑아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페예노르트는 14분 뒤 부펠이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상황에서 키를 살짝 넘기는 감각적인 슈팅으로 추가 득점, 승기를 잡았다. 아인트호벤은 후반 8분 오른쪽 돌파에 이은 룸메달의 슛으로 한골을 만회했다. 아인트호벤은 이후 파상공세를 펼쳤으나 동점골을 뽑는 데는 실패했다. 송종국은 지난 9월 네덜란드로 진출한 뒤 자신의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히딩크 감독과의 맞대결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한 바 있는데, 장담한 대로 이날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히딩크와 송종국은 오는 20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한국-브라질의 평가전 참관 및 출전을 위해 곧바로 암스테르담으로 이동,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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