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세계은행에서 빌린 돈을 만기가 되도록 갚지 않아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아르헨티나의 로베르토 라바냐 경제장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세계은행 본부에 찾아가 이날 만기가 된 세계은행 차관 8억5백만달러의 원금을 갚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대신 이자 7천9백20만달러만 갚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제금융계는 이를 아르헨티나의 '벼랑 끝 전술'로 풀이하고 있다. 지난해말 디폴트 선언 이후 늘어만 가는 외채를 대폭 탕감받거나 상환조건을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란 점에서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선언에도 불구하고 미 증시가 전날보다 소폭 오르는 등 국제금융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 위기는 지난해부터 계속돼온 것이어서 세계경제에 추가 부담을 주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빌린 1백30억달러의 만기를 내년 말까지 1년 더 연장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대해 IMF는 먼저 아르헨티나가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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