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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반 넘나들던 자유로운 '글쟁이'- 평론가 故 이성욱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지난 13일 41세로 타계한 평론가 이성욱(李成旭)씨는 1990년대 이후 대중문화의 의미와 문제점을 탐구하며 문화의 풍향계 역할을 해왔던 지식인이었다. 한신대 독문과와 대학원을 나와 문학평론가가 된 고인은 1992년 계간 『문화과학』의 창간 멤버로 활동하면서 풍속·대중문화 등 문화 전반에 걸친 글을 쓰기 시작했다. 97년 중앙일보 문화면의 고정칼럼을 시작으로 각종 매체에서 이론적 깊이와 날카로운 분석력을 겸비한 '글쟁이'로 이름을 날렸다. 고인과 절친했던 소설가 김영현씨는 "특정 분파에 소속되는 걸 체질적으로 싫어했던 성격은 그의 학문과 글에 자유로움으로 나타난다"며 애도했다. 강형철 시인은 "고인은 한달 전쯤 병원에서 간암 말기 통보를 받았다. 그 뒤 문인들이 자주 오는 인사동의 음식점 주인 등을 찾아 조용히 인사를 하고 다니더라.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죽음을 결연히 맞이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인이 지난 8월 연세대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등 그동안의 학문적 넓이에 깊이를 더하고 있었다는 점도 동료들을 안타깝게 했다.

연세대 김철 교수는 "그의 학위 논문은 상당히 선구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자유를 꿈꿔왔던 젊은 지식인의 외로운 죽음을 기려 장례식은 15일 오전 9시 '문학박사 고(故)이성욱 평론가 청년문학인장'으로 치러진다.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주관한다.

우상균 기자

hothe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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