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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기술력 … 무형자산이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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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한섬·웅진코웨이·국순당…'. 이런 종목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의류·정수기·주류 업종에서 널리 사랑받는 브랜드를 가진 회사들이다.

제품의 질이나 광고, 그리고 기업 이미지로 만들어지는 브랜드 가치는 하루아침에 나오기 어렵지만 일단 구축되면 실적·주가를 끌어 올리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빨간 로고로 7백억달러(2002년 기준)의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는 코카콜라의 주가가 올들어 크게 밀리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브랜드·직원능력·기술력·연구개발(R&D)·특허 같은 '무형자산'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주가는 크게 기업이 얼마나 돈을 잘 버느냐에 좌우되는데, 최근 전세계적으로 무형자산이 이익 창출에 많이 기여하면서 중요한 투자 지표로 떠 오르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잭 웰치 전 회장의 리더십 가치가 7백10만달러로 평가됐던 제너럴 일렉트릭(GE)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시가총액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국내 상장 기업들의 무형자산 가치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투자자들이 무형자산을 평가하는데 인색한데다, 일부 대기업을 빼면 내놓을만한 자산이 없는 곳도 많았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이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을 이용해 시가총액 상위 2백개 상장사의 자산 가치를 평가한 결과 최근 5년간 평균 PBR가 1을 넘은 때는 1999년 뿐이었다.

<그래프 참조>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들은 PBR가 0.3∼0.7 수준을 맴돌았다.

보통 PBR가 1보다 크면 주가가 대차대조표 등 장부에 나타난 기업의 자산 가치 이상으로 시장에서 평가받는다는 의미다. 즉 자산 가치와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돼야 할 주가가 보이지 않는 브랜드 가치 등에 힘입어 더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미국 S&P 500 지수에 포함된 종목의 평균 PBR는 97년 이후 4∼7 수준으로 훨씬 높았다. 기업들이 브랜드·기술력·인력을 키웠고, 이런 노력이 시장에 드러나면서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자들이 무형자산으로 돈을 많이 버는 종목을 찾으려면 보유 재산 중 토지·건물 등 고정자산의 비중이 낮으면서 이익이 많은 회사를 고르는 게 좋다. 제일제당(브랜드)·LG상사(브랜드)·유일전자(인지도·기술력)등도 이런 종목으로 꼽을 만하다.

LG경제연구원 최병현 연구원은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는 기업 가치가 아직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들도 미국처럼 공시를 통해 무형자산을 투자자들에게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특허·기술 등이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가졌을 때 의미가 있다"며 "국내 증시에선 영업권을 부풀리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났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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