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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부동산은 불안 채권에 관심 몰릴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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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한국에도 디플레 올 수 있다=한국은행은 지난 13일 보고서를 통해 "일본에 이어 미국과 유럽연합(EU)·중국 등 세계 각국이 디플레에 휘말릴 경우 한국만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경제 주체들의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은행의 경우 물가상승률이 제로에 근접할 경우 물가안정 목표치를 어느 정도 높게 설정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는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해 디플레 조짐이 보이면 곧바로 확대 재정정책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가계와 기업은 과다한 부채를 털어내 디플레에 따른 실질금리의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G경제연구원도 이날 '한국경제의 디플레 압력'이란 보고서에서 "소비와 건설 부문 때문에 전체적으론 인플레 현상이 우세하지만, 수출과 제조업 부문에서는 이미 디플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세계적인 부동산 버블(거품)의 붕괴 조짐▶저가 중국산 제품의 홍수▶인구 노령화에 따른 소비 둔화▶기술혁신과 규제완화 등을 장기적인 디플레 요인으로 꼽았다.

◇디플레가 올 경우 투자전략은=전문가들은 "디플레 조짐이 보이면 역시 채권이 최고"라고 말한다. 채권금리가 계속 하락(채권값은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디플레 수렁에 빠진 일본의 경우 장기 채권금리가 사실상 '제로'로 떨어졌다. 다만 국채나 우량 회사채를 사야지, 투기성 채권은 삼가야 한다. 부실 기업들의 부도위험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주식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그러나 제품가격 하락을 극복할 신기술 보유 기업들은 각광받을 수 있다. 세계 초우량 기업과 평범한 기업간의 주가 차별화는 더 심해질 것이다.

부동산 투자 역시 위험하다. 다만 저소득층을 겨냥한 소형주택 시장은 상대적으로 유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질 소득 수준의 하락으로 저가 주택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빚이 있는 사람들은 서둘러 갚는 게 좋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대출금리가 떨어지더라도 물가하락을 감안한 실질금리 부담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빚진 돈을 부동산 등 고정자산에 묻어 두는 것은 위험부담이 따른다.

현금성으로 언제든지 빼 쓸 수 있는 단기 저축을 일단 늘려 놓으라고 조언하는 전문가도 있다. 조흥은행 서춘수 재테크팀장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때 보았듯이 디플레 때는 현금이 매우 유용하다"면서 "위기 상황에선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기회들도 많이 찾아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는 "현 상황에서 미국이나 한국이나 디플레까지 걱정하는 것은 이르지만 물가 걱정이 사라지는 '디스인플레' 정도는 나타날 공산이 크다"며 "디스인플레에서도 투자는 디플레 상황과 비슷하게 접근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광기·최현철 기자

kikwk@joongang.co.kr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그 여파로 경기도 가라앉는 '디플레이션'현상이 한국에도 나타날지 모른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디플레보다는 인플레를 걱정하는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세계 각국이 디플레에 휘말릴 경우 한국만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디플레가 올 수 있다는 근거는 무엇이고 이 경우 돈은 어떻게 굴려야 좋은지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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