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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드라마 '소나기…' 일본말 절반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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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지난 2월 방송된 한·일 합작 드라마 '프렌즈'는 일본어를 그대로 내보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MBC는 전체 대사의 30∼35% 분량인 일본어를 더빙하지 않고 방송했다. 대신 한국어 자막을 붙였다.

방송이 나가자 문화관광부 산하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 자문기구인 한·일 문화교류자문위원회 측이 발끈했다. 지명관 위원장은 "지상파 TV에서 일본어가 버젓이 등장하는 건 허용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항의의 표시로 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이후 관계자들이 모여 이 문제를 숙의했지만 일본어 대사와 관련한 지침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일 합작 드라마가 방송된다. 이번엔 일본어 대사의 비중이 '프렌즈' 때보다 높을 것으로 보여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제작 과정서 일본어 대사 늘어=MBC가 일본 후지 TV와 공동 제작해 오는 15일 밤 9시 55분 방송하는 '소나기, 비 갠 오후'(사진). 일본어가 전체 대사의 절반을 넘는다. 애초 한국어·일본어·영어가 비슷한 비율로 섞일 예정이었으나 제작 과정에서 일본어가 많아졌다. 극본에서부터 연출까지, 대부분의 공정을 일본 측이 주도한 게 그 이유다. 제작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양국은 합작 때마다 번갈아 제작을 담당한다.

이에 대해 방송위원회는 기본적으로 방송을 막을 근거도, 이유도 없다는 입장이다. 국가 간 공동 제작 프로그램은 국내 제작 프로로 간주하는 게 국제 관례인 데다, '프렌즈'의 선례까지 있어 방송을 못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관광부 측의 판단은 다르다. 2000년 6월의 3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서 드라마는 포함되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일본어 대사를 내보내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문화관광부는 이 같은 의견을 방송위원회에 공문으로 보냈다. 문화관광부가 방송을 직접 규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방송위원회 관계자는 "법적 문제와는 별도로 제작 과정에서 신중을 기하도록 MBC 측에 권고했다"며 "하지만 일본어 비중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소나기…'는=서울에서 일어난 오빠의 사망 사건에 의심을 품은 일본 여성이 한국인 형사와 수사를 진행하면서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다. 여주인공은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배우 중 한 명인 요네쿠라 료코(米倉凉子·26)가 맡았다. 한국인 형사 역은 SBS '줄리엣의 남자'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지진희(30)에게 돌아갔다. '소나기…'는 지난 1일 일본에서 먼저 방송돼 14.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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