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키공사 입찰비리 막기 위해 민간인 3000명 재산공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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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대형 공사 입찰심사에 참가하는 민간인의 재산 등록을 추진 중이다. 심사과정에서 예상되는 업체들의 로비와 이에 따른 금품수수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본지가 11일 입수한 정부의 ‘턴키 제도 개선방안’ 문건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국가계약법’에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약업무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계약 업무에 관련되는 자들의 재산 등록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 신설을 추진 중이다.

재산 등록 대상은 중앙 및 특별 건설기술심의위원회의 설계심의분과위원회, 각 발주기관의 설계자문위원회의 교수·연구원 등으로 대상은 최다 3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위원들은 임기 2년 동안 재정부에 재산 등록을 해야 한다.

 턴키 공사는 입찰자가 제시하는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사실상 설계점수가 중요하다. 업체들이 심의위원을 상대로 치열하게 로비를 하는 이유다. 지난해 국토부는 업체들의 로비를 막기 위해 심의위원의 명단을 사전에 공개하고, 민간 심의위원이 뇌물을 받다 걸리면 공무원처럼 가중 처벌을 받게 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재산 등록 실효성을 놓고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 건설사의 인허가 담당자는 “자기 재산까지 등록해 놓고 심의위원을 하려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해 교하신도시 복합커뮤니티센터 입찰비리를 폭로한 이용석 연세대 교수는 “로비를 근절하려면 외국처럼 건설사 내부 고발자에 대한 철저한 보상·보호 대책을 마련해 고발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턴키제도=설계와 시공을 일괄해 입찰에 부치는 방식으로 300억원 이상의 대형 공사에 적용된다. 공공 공사 발주 시 기술력이 우수한 업체를 선정하고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취지에서 1975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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