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전형 나도 다 몰라”… 컨설팅학원 내달까지 ‘예약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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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1차, 수시2차, 학업우수자, 글로벌 리더, 과학인재, 리더십 우수자….

서울시내 한 대학이 입학요강에서 밝힌 전형 유형 중 일부다. 서울과 지방캠퍼스마다 전형도 제각각인 데다 전형마다 뽑는 방식도 서로 다르다. 수능성적을 최종 합격자 기준으로 쓰는 전형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전형도 있다.

수험생 자녀를 둔 조모(49·경기도 안양시)씨는 “대학들은 다양한 전형을 통해 학생들에게 응시 기회를 많이 주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학부모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되고 있다”며 “입시 준비용 학원비 부담도 큰데 입시 전형안 과외까지 받아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학부모 김모(47·서울 강남구)씨도 “전형이 갑자기 많이 늘었고 대학마다 입시 일정과 요구하는 서류도 천차만별”이라며 “학부모들 사이에선 변수가 많아 ‘로또 입시’라는 말도 나돈다”고 말했다.

대입 전형이 다양한 것은 학생의 대학선택권 보장이란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대입 전형이 다양한 정도를 넘어서 복잡해진 이유는 대학이 각종 전형을 만들어 투망 하듯 학생을 뽑으려 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게 진학지도 교사들의 얘기다. 특히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지방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전형을 늘리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정부가 학생 선발 때 배제하라는 요소를 피하다 보니 대학들이 전형을 많이 개발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도 입시에 관한 질문을 받고 “(우리 대학) 입학전형이 너무 많아 총장인 나도 잘 모르겠다. 입학처장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대학들의 전형료 수입 역시 복잡한 입시 전형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수시모집에서는 수험생들이 수십 개 대학 전형에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등 복수 지원 제한이 없다. 대학들이 수험생들이 원서를 여러 곳에 내도록 전형 수를 대폭 늘린 것이다. 정시모집에서는 가·나·다 군 등 모집군별로 한 번씩 세 번만 지원할 수 있다.

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알리미 사이트를 통해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4년제 일반대 182개교의 지난해 입학전형료 총 수입은 1928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신입생 수시전형료 수입(1026억원) 비중이 53.3%로 가장 컸다. 학부모 박은숙(53)씨는 “입시도 복잡한데 전형료도 너무 비싸 겹부담이 되고 있다”며 “같은 대학에 원서를 여러 번 낼 경우 전형료를 깎아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복잡한 대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올해 처음 도입된 공통지원 양식처럼 방식을 통일하거나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3 오모(18)양은 “수시전형이 복잡해 수능 준비와 병행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대교협은 내년부터 입학사정관전형의 경우에만 수시모집보다 한 달 앞당긴 8월부터 모집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용구(수원 고색고 교사) 대학진학정보센터 상담교사는 “대학들이 대입 일정과 전형 내용을 조기에 확정·발표하고, 전형 내용을 단순화해 입시 설명회 등을 통해 정보를 충실히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미·김민상 기자
차주하 인턴기자(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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