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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G 버스 가스통 결함, 정부는 6개월 전 이미 알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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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정부가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의 결함을 사전에 알고도 사고방지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서울시 등 각 자치단체는 2001년에 출고된 CNG버스의 운행을 일시 중단키로 하는 등 CNG 버스 운행에 비상이 걸렸다. 버스기사들은 안전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운행거부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9일 서울 도심에서는 CNG 시내버스가 폭발해 승객 등 17명이 부상했다.

9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CNG 시내버스 폭발사고와 관련해 서울시·한국가스안전공사·버스운송사업조합 등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 시내버스 차고지에서 CNG 탱크에 대한 정밀점검을 하고 있다. [박지혜 인턴기자]

11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경부와 교통안전공단·한국가스안전공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간 전국의 CNG 버스 4300대를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한 결과 201대(4.7%)에서 용기 결함이 발견됐다. 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연료 누출이 134건(66.7%)으로 가장 많았다. 또 용기 부식이 18건, 가스 차단밸브 손잡이 손상과 고저압 안전밸브 연결선 탈락이 12건씩 나타났다.

지경부 관계자는 “중대 결함인 연료 누출 부분은 즉시 수리하도록 조치해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했다”며 “3년에 한 번 CNG 버스의 가스 용기에 대한 조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개정안을 입안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100대 중 5대꼴로 결함이 발견됐음에도 전수조사를 하거나,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수리를 마무리하는 등의 조치는 없었다.

지경부는 이날 오후 김정관 에너지자원실장 주재로 관계부처와 전문가 긴급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과 가스안전공사와 교통안전공단이 지자체와 협조해 다음 달 17일까지 전국 CNG 버스 2만4500여 대에 대한 일제 안전점검을 하기로 했다. 사고 발생 차량과 같은 해(2001년)에 생산된 용기부터 점검을 시작한다. 이날 대책회의에선 또 관계법령 개정 시 누설감지장치와 긴급차단장치, 용기보호막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넣기로 했다.

지자체도 CNG 버스 운행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는 버스 폭발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2001년에 출고된 CNG 버스의 운행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또 CNG 버스의 가스용기 결함 등을 점검할 때는 반드시 버스에서 분리해 검사하도록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일 “차령(車齡)이 9년 이상 된 CNG 버스는 안전검사를 마칠 때까지 운행을 중단하고 출고한 지 3년 이상 된 CNG 버스는 매년 가스용기를 차량에서 완전히 분리해 비파괴검사 등을 하는 정밀점검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전체 CNG 버스 7234대 중 2001년에 출고된 차량은 100대 안팎이다. 서울시는 이들 차량에 대해 우선 정밀검사를 한 뒤 안전성이 확인된 차량에 한해 운행하고 나머지는 즉시 폐차하기로 했다. 또 시내 66개 모든 버스회사에 가스 정밀검사 기기와 취급 자격증이 있는 전문가 두 명씩을 확보하도록 하고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버스회사가 이들 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차량 운행대수를 줄이는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할 방침이다.

2005년부터 CNG 차량 가스폭발사고가 3건이나 발생했던 전라북도 고재찬 교통물류과장은 “가스안전공사에서 지난 1∼2월 정기검사를 실시했지만 확인 차원에서 정밀검사를 다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는 2005년 3월 이전에 생산된 노후 가스용기를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 대전시는 11일 오후 4시 대전지역 13개 버스회사 정비부장 전원을 긴급 소집해 일제 점검요령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대구시 버스사업조합 최종익 기획부장은 “이번 사고가 승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27개 회원사 안전관리 책임자가 한자리에 모여 정비를 철저히 하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전국자동차노조연맹은 11일 CNG 버스의 안전기준 마련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지식경제부·국토해양부·환경부 등 관계 부처에 발송하고 정부의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연맹 강병도 사무처장은 “이번 사고로 현장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국적으로 CNG 시내버스 운행 거부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CNG 버스 폭발사고를 수사 중인 서울 성동경찰서는 이날 버스회사와 가스충전소, 연료통 수입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함께 버스의 주요 부품을 수거해 정밀감식에 들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차체 감식 결과 가스통 자체결함 쪽에 무게가 실렸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정밀감식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글=김방현·권호·심새롬 기자, [전국종합]
사진=박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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