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민얼굴과 맨얼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5면

대부분의 여성이 잠자고 일어났을 때 아무 화장도 하지 않은 부스스한 얼굴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어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이렇게 화장하지 않은 여자의 얼굴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 ‘민낯’이다. ‘민얼굴’(꾸미지 않은 얼굴)도 있다.

요즘 다음 예문처럼 ‘맨얼굴’이란 말이 상당히 많이 쓰이고 있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여자 아이돌 스타들의 맨얼굴이 궁금하지 않다.” “요즈음은 맨얼굴처럼 보이는 자연스러운 피부 톤 연출이 유행이다.”

‘맨얼굴’이 워낙 많이 쓰여서 그런지 ‘민얼굴’은 약간 고어(古語) 같은 느낌마저 든다. 접두사 ‘맨-’은 일부 명사 앞에 붙어 ‘다른 것이 없는’의 뜻을 더한다. ‘맨눈, 맨발, 맨땅, 맨주먹’ 등이 있다. 비슷한 뜻의 ‘민-’도 있다. ‘꾸미거나 딸린 것이 없는’이란 뜻이다. ‘민소매, 민돗자리, 민짜’ 등이 있다.

‘민얼굴’이 있다고 해서 ‘맨얼굴’을 사용할 수 없는 건 아니라고 본다.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고 조어법(造語法)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맨얼굴’을 복수표준어로 인정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최성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