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지지" 54% … 盧·鄭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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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지부진하던 노무현(盧武鉉)·정몽준(鄭夢準)후보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양 진영 모두 현재의 대선 구도로는 이회창(李會昌)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여론조사 자료 분석을 통해 후보 단일화에 대한 여론 및 성공과 실패의 정치적 효과를 분석해 본다.

◇후보 단일화에 대한 의견=후보 단일화를 지지하는 의견(54.7%)이 반대하는 의견(35.8%)을 앞섰다. 특히 盧·鄭후보 지지자들이 단일화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이 양 진영에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盧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鄭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해 두 후보 모두 기대감을 갖게 된 것이 협상 추진력으로 작용했다.

◇성공할 때 예상 효과=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면 李후보와 통합후보는 현재보다 치열한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鄭후보가 통합후보로 나서는 경우 이회창 42.8% 대 정몽준 36.3%이고, 盧후보의 경우 이회창 44.1%, 노무현 33.2%다.

이전의 여론조사와 달리 단일화에 성공해도 李후보가 盧·鄭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후보의 표가 산술적으로 합쳐지는 게 아니라 기권하거나 李후보를 찍겠다고 답한 비율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鄭후보는 현재 李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盧후보보다 적다는 것이, 盧후보는 지지율이 鄭후보와 반대로 상승세라는 점이 강점이다.

◇실패할 때 전략투표의 가능성=단일화 협상이 실패해도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아니라 당선 가능성이 큰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는 전략적 투표를 할 의사가 있는 유권자는 전체의 11.8%뿐이었다. 87.6%는 그럴 뜻이 없다고 응답했다. 盧후보 지지자의 7.9%, 鄭후보 지지자의 9.7%가 전략적 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전략적 투표 의사는 20∼30대, 고학력자들이 높았다.

◇기대 효과=盧·鄭후보는 모두 단일후보가 돼도 李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후보 단일화에 승부수를 띄운 것은 뚜렷한 전략적 대안이 없고, 일단 단일화하면 새로운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대선 여론조사 자문교수팀

(고려대 이내영, 숭실대 강원택, 고려대 김병국, 연세대 김주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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