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내보는 재미'산타式 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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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2년 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주부인 케이트 다이어실리(29)는 남편의 승진 축하 선물로 무엇을 골라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쇼핑센터에서 파는 선물바구니 세트는 정성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 때 남편이 한 말이 몇가지 떠올랐다. "직장에 선물이 오면 동료들이 구경하러 몰려든다. " "책상에 서류가 너무 많다. "

그녀는 우선 포장재로 버리는 종이박스와 바구니 대신 서류정리용 플라스틱함을 골랐다. 그 안에 퍼즐게임·껌·과자·초콜릿·장난감·장식 인형 등 여러가지 재미있는 물건을 넣어 남편의 직장에 택배로 보냈다.

남편은 "당신의 선물로 회사에서 산타클로스가 됐다"며 고마워했다.

여기에 착안한 그녀는 이를 사업화하기로 했다.

친구들에게 1천달러씩 투자받아 자신의 차고에 작업장을 꾸린 그녀는 우선 '선물의 내용을 미리 알 수 없고, 다양하면서 재미있고 실속도 있으며 하나씩 꺼내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개당 가격이 10달러 정도로 비싸지 않을 것, 포장은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박스일 것'등의 사업구상을 짰다.

그 다음 선물의 유형을 받는 사람의 성·직업·연령·목적 등에 맞춰 20여가지로 분류했다. 그리고 양초·게임·폭죽·시가·폭죽놀이·포커카드·여행가이드·서커스모자·양념식품·음악CD 세트 등 다양한 소재들이 상품 목록에 총동원됐다. 유형별로 박스 하나에 5∼7개 품목이 들어가도록 선물 박스가 만들어졌다. 예컨대 기혼 여직원에게 보내는 선물은 모차르트 음악CD·어린이 마사지책·작은 양모 담요·차(茶)세트 등으로 꾸며진다.

인터넷 홈페이지(www. Urbanabox. com)를 개설하고 입소문에만 의존했지만 그녀의 아이디어는 주효했다. 특히 천편일률적인 선물에 식상한 기업체에서 단체주문이 폭주했다.

그녀는 "소량 주문은 우리가 미리 구분해 놓은 선물 종류를 선택하게 하고, 대량 주문은 구매 담당자와 서로 상의해 구색을 맞춘다. 주소록만 보내주면 선물상자를 만들어 배송한다"고 말했다. 어바나박스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40만달러에 이른다. 내년부터는 전국에 지사를 모집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joo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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