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전단 꿰니 알뜰쇼핑 보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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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자 신문은 평소보다 두껍다. '베터 라이프'섹션 때문은 아니다. 주말 고객을 잡기 위해 백화점·할인점마다 끼워 넣는 광고 전단 때문이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3사가 수도권에 뿌리는 전단만 한번에 약 8백만부. 할인점 이마트는 월 2∼4회 매번 5백만부를 찍는다. 그냥 쌓아두면 분리 수거를 더욱 짜증나게 만드는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눈 부릅뜨고 살펴보면 알뜰 쇼핑·생활 정보가 제법 많다. 전단만 꿰어도 '프로 주부'로 가는 지름길이 보인다.

# 너무 싸면'일단 뛰어'

주부 홍정희(44·서울 당산동)씨는 최근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닭 한마리를 1백50원에 샀다. 원래 1천5백원짜리였지만 전단 인쇄 과정에서 '0'이 하나 빠진 것. 홍씨가 이른 아침부터 달려와 전단을 들이밀자 백화점측은 꼼짝없이 밑지고 팔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백화점은 매주 한두번 점포별로 모두 다른 내용의 전단을 만든다. '전단 맨'들이 수십번씩 교열을 본다지만 사람 하는 일에 실수가 있게 마련. 가장 잦은 실수가 바로 가격을 잘못 적는 것이다. 백화점측에서 먼저 발견한 경우 매장에 정정 공고를 내고 사태를 마무리짓지만 소비자가 먼저 찾아내면 사정이 다르다. 전단을 들고와 따지는데야 그 가격대로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기도 분당의 한 대형 백화점은 얼마전 1백50만원씩에 팔려던 코트 10벌을 15만원에 팔았다. 전단 인쇄 실수 때문이었다. 서울 강남의 다른 백화점은 방울토마토 가격이 잘못 나가 인근 과일·채소가게 상인들이 새벽부터 백화점 앞에 몰려 싹쓸이 쇼핑을 해가기도 했다.

# 전단을 보면 제품이 보인다

김민희(38·경기도 분당)씨는 계절이 바뀔 무렵이면 꼭 백화점 전단을 살핀다. '이월 상품전'에서 두 딸의 옷을 장만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이월 상품전에선 좋은 품질의 옷을 할인점보다 싸게 살 수 있다"고 예찬론을 폈다.

1년 3백65일 각종 행사와 바겐세일 정보로 가득찬 백화점 전단. '단독전' '한정 균일가전' 등 그럴싸한 이름을 붙였지만 그게 그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나름대로 차이가 있다.

이월 상품전은 1년 정도 묵은 재고 상품을 30∼50%까지 깎아주는 행사다. 주 품목이 의류여서 철 바뀌기 직전에 많이 열린다. 단독전은 의류·스포츠용품 등의 제조업체가 가장 잘 팔릴 것 같은 백화점에 해당 디자인의 물량을 다 몰아준 것. 대형 백화점에서 단독전을 크게 할 때는 제조업체의 창고가 텅 비기도 한다. 고가품이 많아 가격 매력은 약하다.

한정 균일가전은 평범한 스타일의 제품을 대량으로 팔아보겠다는 의도다. 재고 처리용이 많지만 간혹 '기획 신상품전'이란 이름으로 행사를 위해 새로 만든 신상품이 포함되기도 한다.

전단끼리 비교해보는 것은 필수다. 특히 백화점들이 '미끼상품'으로 내놓는 식품은 같은 백화점이라도 지점에 따라 가격 차이가 제법 난다. 백화점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인터넷 전단을 살펴보면 가장 싼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백화점·할인점별로 비슷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면 해당 행사의 전단 광고 크기가 큰 곳을 고르는 편이 좋다. 크게 선전하는 행사일수록 물량·가격 모두 경쟁사보다 비교 우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할인점은 제목 활자 크기를 눈여겨봐야 한다. 이름에 관계없이 제목 활자가 클수록 그 할인점이 자신있게 준비한 행사일 경우가 많다. 당연히 가격도 싸다.

# 생활 정보·공짜 공연 쏠쏠

유통업 경기가 나빠지면서 최근 주춤하긴 했지만 백화점 전단에는 스크랩해둘 만한 정보가 제법 실린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전단에는 패션전문가의 짧은 글이 실린다. 명품 브랜드의 역사와 최신 유행 등에 대해 쉽게 정리돼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아예 패션·요리 기자 4명을 뽑아 잡지 형태의 전단을 만들고 있다. '갤러리아가 추천하는 베스트 스타일' '푸드&푸드 요리 제안' 등이 내용이다.

삼성플라자 분당점 전단에는 백화점 1층에 설치된 1천여명 수용 규모의 무대에서 거의 매일 열리는 무료 공연 정보가 가득하다. 최근에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의 공연이 열렸다.

김선하·손민호 기자

odinele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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