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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혜택 누구나 누리게 …‘착한’ 단말기 쏟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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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위쪽부터 지난달 인도에서 공개된 35달러짜리 태블릿PC 모형, 대만의 비영리법인 오픈모코가 개발한 e북 ‘위키리더’, 미국에서 디자인한 20달러짜리 e북‘휴메인 리더’. [씨넷·트위키리더·와이어드 제공]

‘저가 노트북이나 휴대전화기를 널리 보급해 후발국이나 소외계층의 정보화 격차를 줄이자’. 2000년대 이후 이러한 취지의 염가 단말기 개발 붐이 e북(전자책)과 태블릿PC 같은 차세대 제품에도 옮겨갈 조짐이다. 근래 값을 확 내린 관련 제품의 출시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10일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지인 와이어드에 따르면 미국인 컴퓨터 컨설턴트 브래덕 캐스길은 최근 20달러(약 2만4000원)짜리 e북 단말기의 제품 디자인을 공개했다. 가장 싼 것이 499달러에 달하는 애플 아이패드나 20만원을 웃도는 국내외 e북 단말기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가격 파괴 물건이다. 인도에서는 정부 주도로 35달러짜리 태블릿PC를 개발 중이다.

#국가·계층 간 정보 격차를 줄인다

KT의 손희남 상무는 “가격파괴형 디지털 기기가 여러 업체에서 앞다퉈 개발되는 건 IT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빈곤층을 돕고, 길게는 기업 이미지를 높임으로써 고객 기반을 넓히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캐스길이 설계한 e북 단말기는 아예 공익제품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휴메인 리더(Humane Reader)’라는 이름처럼 값이 싼 것은 물론 비영리를 표방한 이들에 한해 이 제품을 양산해 보급할 수 있게 규격을 개방한다. 제작비를 낮추려고 1980년대에 유행한 구형 8비트 마이크로 프로세서 두 개를 넣어 중앙처리장치(CPU)를 구성했다. 메모리카드에 저장할 수 있는 e북 용량은 5000권 분량으로, 사이버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하지만 별도 디스플레이 장치가 없어 콘솔 게임기처럼 TV 모니터에 연결해 써야 한다. 캐스길은 “인터넷조차 접근하기 힘든 극빈국에서도 TV는 어느 정도 보급된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인도 정부는 정책적으로 보급형 태블릿PC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 말 이 나라 카필 시발 인적자원개발부 장관이 직접 이 사업을 발표하고 단말기 얼개를 공개했다. 터치스크린 방식에 태양광 전원도 갖췄다. 인도 전역의 학교에 보급할 계획이다. 이 정책은 미 MIT의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미디어랩 교수가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에게 노트북을 한 대씩 선사하자는 ‘OLPC(One Laptop Per Child)’ 캠페인에서 착안했다. 이 운동의 핵심은 ‘100달러짜리 노트북’의 양산이다. 10만원 남짓한 초저가 노트북을 공급해 개도국 어린이들의 정보화를 촉진하고 교육 불평등으로 인한 소득 격차를 줄여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노트북의 생산원가를 확 낮추는 작업이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에야 ‘XO-3’이라는 저가 태블릿PC의 디자인이 나왔다. 2012년께 75달러짜리 시제품을 낸다는 목표다.

#일반 소비자용 제품에도 가격파괴 확산

보급형이 아닌 일반형 기기에서도 가격 인하 현상이 뚜렷하다. 올 초 아이패드 출시 이후 태블릿PC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상대적으로 입지가 위축된 e북 단말기 업체들이 가격 인하를 주도했다. 미 최대 서점 체인인 반스앤드노블은 지난 6월 ‘누크’ 3G(3세대) 제품의 가격을 259달러에서 199달러로 내렸다. 그러자 아마존은 ‘킨들’ e북의 판매가를 189달러로 70달러나 따라 내렸다. 게다가 지난달에는 139달러짜리 와이파이(Wi-Fi: 무선랜) 전용 킨들을 발표해 가격 내리기 경쟁을 가속화했다. 일본 소니 역시 이달 초 ‘리더’ e북 시리즈의 가격을 50∼20달러 낮췄다.

국내에서는 북큐브네트웍스가 10만원대의 e북 단말기를 보급할 계획이다. KT는 국내 한 벤처업체와 손잡고 20만원대 태블릿PC를 개발 중이다.

문병주 기자

◆태블릿(tablet)PC=얇은 판 모양의 모바일 PC. 키보드 대신 화면에 손가락이나 펜 모양의 도구로 입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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