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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시작부터 삐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간의 후보 단일화를 위한 협상이 준비단계에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기선을 잡으려는 양측 신경전과 경선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한 때문이다.

盧후보측은 5일을 '경선 단일화'에 대한 鄭의원측의 응답 시한으로 설정했었다. 때문에 이날 이해찬(李海瓚)기획본부장과 신계륜(申溪輪)비서실장이 '통합 21'당사를 찾아가 경선에 의한 단일화를 공식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鄭후보측은 거부했다. 申실장의 연락을 받은 이철(李哲)조직위원장은 "대전 창당대회를 여는 날이라 만나기 어렵다"며 "盧후보의 제안을 전달하려면 당 총무국에 서류로 접수시키라"고 요구했다.

盧후보측은 마지못해 선대위 총무국장을 시켜 서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양측 핵심 관계자들의 첫 회동은 일단 무산됐다.

鄭후보측은 "사전에 한마디도 없이 잔칫날 빈집에 와서 국민여론을 훔쳐가려는 것"(朴進遠대선기획단장)이라고 불쾌해 했다.

盧·鄭 두 후보들의 단일화 방법론도 골 깊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盧후보는 부산방송 토론회에서 "지난 민주당 경선 때의 16개 권역을 반으로 줄이면 후보 단일화는 2주면 가능하다"며 "TV토론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와 鄭후보는 큰 차이가 있지만 이회창 후보와의 차이보다는 작다고 국민이 보기 때문에 합치라는 것 같다"며 "3당 합당도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결국 국민이 김영삼씨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만큼 단일화 요구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盧후보 진영에서는 "10일께 TV토론을 갖고 8개 권역별로 평일에도 순회경선을 하면 18일 이전에는 단일화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반면 MBC라디오에 출연한 鄭후보는 "단일화는 경쟁력 있는 후보로 이뤄져야 한다"며 "경쟁력 있는 후보란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는 후보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鄭후보는 그간 호남 외의 지역에서 盧후보보다 더 높은 지지도를 얻어왔었다.

이철 위원장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민경선은 국민을 조직적으로 동원하는 것이라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鄭후보측 내부에선 우선 15일께 여론조사를 실시해 후보간 지지도 격차가 10%포인트 이상일 경우 지지도가 높은 후보를 단일후보로 선출하자는 안도 나오고 있다. 10%포인트 미만일 경우엔 TV 합동토론회와 16개 시·도별, 6개 권역별 동시투표를 병행하는 '절충형 국민경선'방식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다.

양측은 이번주 중 단일화 협상창구를 개설할 예정이지만 자신의 강점을 살린 단일화 방식에 매달릴 것으로 보여 순탄치가 않을 전망이다.

최훈·박신홍 기자

cho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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