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조폭, 2명 살해후 자살 위장 洪검사가 3년 추적… 막판 '비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사퇴까지 몰고온 이번 피의자 趙모씨 구타 사망 사건은 검찰이 한 조직폭력배가 내부 반발세력을 칼부림으로 해결했다는 혐의를 포착하면서 시작됐다.

이번 사건의 주임검사인 홍경령 검사는 1999년 12월 趙씨가 관련된 살인 첩보를 입수했다.

당시 의정부지청에 근무하던 洪검사는 경기도 파주를 무대로 활동하는 S파 조직원들이 98·99년 각각 조직 내부에서 알력을 빚던 조직원·민간인 등 2명을 죽이고 자살로 위장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洪검사는 당시 경찰에 수사를 지시했으나 실체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2000년 7월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로 발탁되면서 이 사건을 직접 내사, S파 조직원 張모씨를 유력한 살해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러던 중 그가 지난해 8월 강력부에서 형사3부로 전보되면서 이 수사는 중단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8월 다시 강력부에 들어온 洪검사는 3개월간 수사에 매달린 끝에 지난달 23일 張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두목 申모씨의 지시를 받은 행동대장 趙씨가 현장을 지휘해 조직원 朴모씨를 경기도 일산의 집에서 살해했으며, 1년 뒤 "이런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3천만원을 요구하던 申씨의 감방 동료 李모씨까지 살해한 혐의를 잡은 것이다.

洪검사는 그러나 너무 서둘렀다. 지난달 24·25일 숨진 趙씨와 崔모씨 등 5명을 한꺼번에 검거했다.

지난달 25일 오후 9시쯤 崔씨가 특별조사실에서 도주하면서 비극이 싹텄다.

수사관들은 죽도를 들고 검찰청사를 샅샅이 뒤졌지만 崔씨를 잡지 못했다.

격분한 수사관들은 26일 오전 1시부터 趙씨를 조사하면서 낭심·머리 등을 마구잡이로 구타, 검찰 사상 초유의 피의자 사망 사고가 빚어졌다.

조강수 기자

pinejo@joongang. co. kr

趙씨 '구타 사망' 일지

▶2002년 10월 25일

-오후 7시 서울지검 강력부, 살인 혐의로 검거

-오후 9시 수사관들 趙씨 1차 구타, 공범 崔모씨 도주

▶10월 26일

-오전 1시∼오전 2시 홍경령 검사, 趙씨 직접 조사

-오전 2시30분 趙씨 2차 구타

-오전 3시∼오전 5시 趙씨 3차 구타

-오전 6시∼오전 8시 趙씨 4차 구타 후 재움

-낮 12시 洪검사, 趙씨 깨우는 과정에서 趙씨 실신

-낮 12시30분 趙씨 병원 후송, 오후 7시 趙씨 사망

▶10월 27일

-오전 10시 국과수 趙씨 부검

-오후 2시 서울지검 "趙씨 사망, 구타 없었다" 발표

▶10월 28일 대검 감찰조사 착수

▶10월 30일 趙씨 구타한 수사관 3명 구속

▶11월 2일 국과수 "구타 사망" 부검 결과 통보

▶11월 4일 김정길 법무장관·이명재 검찰총장 사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