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 교체 겨울에 해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올해 수능시험을 치르는 재수생이다. 나는 서울 북가좌동 H아파트에 살고 있다.

우리 아파트는 배관을 교체하기 위해 4일부터 이틀간 난방과 온수공급을 중단한다고 했다. 배관 교체 작업을 위해서라는데 어쩔 수가 없지만 문제는 그 시점이다. 봄·여름·가을까지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겨울을 코앞에 두고 배관을 교체하겠다고 하니 이해할 수가 없다. 6일이 수능시험일인데 굳이 지금 교체를 해야 하나. 수능시험을 언제 치르는지는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수험생들에게는 그동안 공부해온 것 못지 않게 시험 당일의 컨디션이 중요하다. 컨디션에 따라 점수가 오르거나 떨어질 수 있다. 그런데 수능시험 전날 난방과 온수를 끊는다니 말이 되는가. 수험생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처사에 화가 났다. 수험생들이 최상의 컨디션은커녕 감기에 걸릴까 우려된다. 우리는 아파트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난방기구가 따로 없는데 자칫 잘못해서 감기라도 걸린다면 1년의 고생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수능시험이 수험생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만의 일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이동은·인터넷 독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