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똥인가 부처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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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무용가 홍승엽(41·사진)씨가 대표작인 '빨간 부처'를 선보인다. 지난해 초연한 '빨간 부처'는 자신의 존재가 똥인지 부처인지 가늠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트와 해학으로 풀어낸다.

무용 평론가 김영태씨는 "똥으로 대변되는 진흙이 부처가 되는 발상은 시에 침을 뱉었던 시인 김수영의 알레고리(은유적 표현 구조) 이후, 춤으로 표현된 기상천외한 알레고리에 값한다"고 평했다. 이 평에 값하듯 초연 무대에서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불교적인 정서가 총 3장 전체를 아우르지만 전통의 색감·소리로 풀어낸 독창적인 해석으로 '현대무용은 따분하다'는 고정관념을 깬다. 진흙으로 똥을 만들고, 똥으로 80개의 부처 형상을 만드는 행위는 위에서 지적한 알레고리의 '꽃'이다. 홍씨는 공학도에서 변신한 무용가다. 2000년 '데자뷔'로 권위의 프랑스 리옹 댄스 비엔날레에 참가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11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 홍씨가 이끄는 댄스씨어터 온의 김선이·이광석·이진우·남도욱 등이 출연한다. 02-2263-4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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