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후 대비 불씨 살려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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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노인이 됐다고 하루 아침에 고려장시킬 수는 없지 않습니까."

25년간 석탄협회에서 일한 박대주(朴大柱·사진)전무는 국내 석탄산업을 젊은 시절 정열을 바쳐 일하다 급속히 늙어버린 노인에 비유했다.

그는 "한푼의 외화가 아쉬웠던 시절 국내 석탄산업은 국민경제 발전에 절대적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지난 50년간 국내 업체의 연탄 생산량은 5억6천만t으로 돈으로 따지면 약 30조원이다.

이를 경유 가격으로 환산하면 1백18조원. 그 차액만큼 국민경제에 이바지한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여기에 연탄 보급으로 산림훼손이 방지된 부가적 효과도 만만치 않다.

朴전무는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사업이 시작될 때만 해도 이처럼 급속도로 사양화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계획은 89년 2천5백만t이었던 연탄수요가 10년 후 1천만t으로 감소된다는 추정하에 설계됐다.

하지만 실제 수요는 1백10만t 규모로 줄었다. 90년대 급속한 소득향상과 기름값 하락에 따른 것이었다.

"매년 30%씩 수요가 줄어드는 탓에 정부·업계 모두 손쓸 틈도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 서둘러 해외 탄광개발에 나선 업체도 있었지만 이미 경제성있는 탄광은 먼저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대부분 선점한 상태였다.

결국 전국 3백40여개에 달하던 탄광은 현재 7개로 줄어들었다. 도시가스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과 중소업체들만 살아남았다. 그러나 경제성만 따져 석탄산업의 씨마저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협회의 일관된 입장이다.

朴전무는 "통일이 됐을 때 북한의 에너지 부족상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원은 당분간 석탄밖에 없다"며 "석탄 수입시 가격협상 능력을 갖기 위해서도 산업으로서의 최소 규모는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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