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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M 여배우 총출동 '여인천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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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여인들(The Women)'(15세)은 조지 쿠커 감독의 재능이 집대성된 흑백 영화다. 쿠커 감독은 문학 작품을 영화화하는 데 능했으며, 여배우를 아름답게 그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여인들'의 원작은 클레어 부스 루스의 신랄하고 위트 넘치는 코미디다. 1936년 뉴욕 에델 베리모어 극장 무대에 올라 롱런했다. 시나리오 작업에는 릴리언 헬먼과 스코트 피츠제럴드 등이 참여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해고된 쿠커 감독이 39년에 영화로 만들어 필름 데일리가 선정한 그 해 최고의 영화로 뽑혔다.

'여인들'에는 단 한 명의 남자도 등장하지 않는다. MGM의 전성기에 활동하던 유명 여배우가 총출동하는 등 대사 있는 여배우만 1백35명이라고 한다.

여성 박람회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채로운 성격과 개성의 여성들이 등장, 남녀평등 의식으로 높아져가는 여성 지위에 대한 욕구와 남성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특히 가정이라는 안온한 울타리에서 방심하고 있다가 남편의 느닷없는 외도로 내동댕이쳐진 아내의 심리를 설파하는 대목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음을 실감케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여자는 싫증나면 머리손질을 하거나 요리사를 바꾸거나 집 분위기를 바꾼다. 그러나 남자는 사무실 분위기조차 바꿀 줄 몰라 다른 여자 눈에 비친 자신의 새 모습을 보려고 한다. 그때 새 여자는 새 옷과 같은 것이지." "아이 때문에 참고 살라면 그건 유치원이지. 아내와 다른 여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남자 심리를 안다면 노벨상감이고."

영화는 동물에 빗댄 등장 인물과 배우 소개로 시작된다.

'메리=사슴'(노마 시어러)은 일과 가정 모두 성공한 여성으로 친구들의 질투를 한몸에 받고 있다.

한데 메리의 남편이 천박하고 야심많은 백화점 점원 '크리스털=표범'(조앤 크로퍼드)에게 빠졌다는 소문이 나고, 메리의 사촌 '실비아=고양이'(로잘린드 러셀)가 이를 확인하러 나선다.

이 기둥 줄기에 시끌벅적 살을 붙이며 여성의 우정·질투·화해를 끌어내는 데는 메이 볼란드(원숭이)·폴래트 고다드(살쾡이)·존 폰테인(양)·루실 와트슨(올빼미)·필리스 포바(소)·버지니아 웨일더(어린 사슴)·마조리 메인(말) 등이 참여한다.

'여인들'에 담긴 당시 미국 최상류층 여성의 일상 묘사도 흥미롭다.

미용실은 머리만 만지는 곳이 아니라 몸매 관리실까지 두고 있어, 하루를 이곳에서 보내는 여성들로 인해 온갖 루머가 생산되고 유통된다.

흑백 영화지만 패션 쇼 장면만은 컬러로 처리해 여성 관객의 흥미를 돋운다.

유명 여배우가 많이 나오고 의상 비중이 큰 탓인지 부록으로 패션 쇼 장면만 다시 보여주며, 당시 스튜디오들이 배우의 의상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는지 엿보게 하는 다큐멘터리도 제공한다.

DVD 칼럼니스트

oksunny@ym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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