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가 본 TV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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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앙일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의원의 TV토론회에 대한 정밀분석을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黃相旻)교수의 사회인지연구실에 의뢰했다. 黃교수와 연구원들은 각 장면, 쟁점별로 사흘간 분석작업을 했다. 黃교수는 "좀 비판적으로 얘기하자면 李후보는 가부장적 이미지의 교장선생님형, 盧후보는 한끗발 하고 싶어하는 형님형, 鄭의원은 귀공자풍의 사오정형"이라고 요약했다. 다음은 분석결과다.

李후보는 전형적인 보수주의자 세대다. 타후보에 비해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거의 안하는 스타일이다. 공식적이고 문어체적인 질문에는 강했지만 갑작스런 구어체 질문에 당황했다. "DJ 실정으로 인해, 경제가 악화되고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현 상황을 규정하는 방식은 훈계 같은 분위기다.

盧후보는 물어본 질문에만 답변하는 스타일이었다. 다소 경직된 답변이 많았다. 세 후보 중 가장 정치인 스타일에 가까웠다. 전략과 원칙이 있어 보이는 모습은 "솔직하고 좋다" "세련되지 못하고 공격적이다"는 상반된 반응을 부른다. 전반적으로 자신의 강점과 정책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지지도 추락의 이유를 묻자 "노풍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그 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지지도 하락 역시 그 원인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鄭의원은 핵심을 피해가면서, 멋있게 돌려서 이야기하려 하는 스타일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원고를 보고 읽었다. 鄭의원은 남의 페이스에 쉽게 말리지 않는 사람인데 이러한 모습이 현대중공업 회장 등 권위가 수반될 경우 효과가 있지만, 대선 토론에서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鄭의원은 '쿨(cool)하다'는 이미지가 강점인데 의원영입 등 현실의 게임규칙에 다가갈수록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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