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해법 '양동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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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반도 정세가 난기류에 빠져들 조짐이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대북 외교적 압박을 구체화하고 있는 데다 북한도 미국의 선(先)핵 개발 계획 폐기 요구 거부라는 기본 입장을 고수하면서 군사적 조치까지 언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이 무산되는 등 남북 교류·협력사업 일부도 삐걱거리고 있고, 북·일 관계도 핵 문제에 걸려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개성공단 개발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이어서 남북 간에 경제협력과 여타 문제를 분리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국제사회=미 행정부는 1단계로 대북 중유 지원(연간 50만t) 중지를 검토 중이다. 아직 지원되지 않은 11월·12월분과 내년도 국무부 예산안에 잡혀 있는 지원분(5천5백만달러)이 그 대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 행정부는 대북 중유 지원의 전면 중지, 일시 중지, 연기를 놓고 다각적인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안다"며 "북한이 11월분 선적 결정이 이뤄지는 이달 중순까지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중유 공급 중단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최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실무자 회의에 대표단을 보내지 않은 것은 중유 공급 중단 조치의 신호탄으로 보인다. 대북 중유 공급 문제는 오는 14일 뉴욕에서의 KEDO 이사회에서 정식 결정된다. 중유 공급 중단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첫 가시적 조치라는 점에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북한=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나섰다. 노동신문은 2일자 논평에서 미국이 불가침조약 체결 제의를 외면하고 대북 핵 위협을 계속할 경우 강력한 군사적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2일 "현 실정에서 모든 수단을 다해 각종 무기를 만들어 무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선 핵폐기 계획이 없음을 강조했다. 북한의 이런 강경 입장은 한·미·일 3국의 대북 보복조치를 차단하고, 3국 간에 이간을 붙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그러나 협상을 통한 핵 문제 해결 원칙은 강조하고 있다. 한성렬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 포기를 전제로 우라늄 시설에 대한 국제사찰을 받을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영환·이영종 기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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