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 사망' 문책 제대로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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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지검 강력부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숨진 피의자의 사인이 '광범위한 타박상에 의한 쇼크사'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가 나왔다. 한마디로 '피의자가 검찰 조사관에게 맞아 죽었다'니 너무 충격적이고, 그동안 당국이 표방해온 '인권 정부'에 배신감조차 느끼게 한다. 앞으로 수사 관계자와 상급자의 처벌·문책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시체 검안과 부검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은 숨진 피의자가 죽을 만큼 맞은 듯 온몸이 상처 투성이였다고 말했다. 피의자를 업어치기해 바닥에 넘어뜨리고 낭심·엉덩이·무릎 부분을 집중 가격했다는 주장을 입증하는 증언이다. 정신을 잃은 피의자를 깨워 다시 폭행했다니 그 잔혹성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도 검찰 측은 당초 구타행위는 인정하면서도 사망 원인과는 무관하다거나 피의자가 자해행위를 했다고 주장했으니 사건 왜곡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재 구타에 관여한 수사관 3명이 구속돼 있으나 앞으로 당시의 구타 상황은 물론 상부 보고 경위 등이 명확하게 규명돼야 한다. 구타를 지시 또는 방조했거나 허위 보고를 한 혐의가 드러나는 관계자는 형사처벌 등 일벌백계로 다스려 경종을 울려야 한다. 지휘 책임자에 대한 문책도 불가피하다. 서울지검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어떤 문책도 감수하겠다고"했지만, 그 윗선의 검찰총장·법무부 장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과연 국민적 공분이 풀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권 보장과 과학수사를 강조했다. 그런데도 불법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문제의 조사실에 설치된 폐쇄회로 카메라(CCTV)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하니 밤샘조사와 폭언·구타 등 인권 유린에 무감각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일부에서 제기된 물고문 주장도 명백하게 규명돼야 한다. 검찰이 적당히 미봉하고 넘어간다면 직권조사에 나선 국가인권위에 의해 회복 불능의 불명예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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